꼼꼼하게 공감하다
<위대한 계약: 파주, 책, 도시>(이하 <위대한 계약>)는 파주 출판도시가 어떻게 약 30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동안 당시 허허벌판이었던 땅으로부터 지금의 모습으로까지 세워졌는가를 순차적으로 짚어나간다.
고려 때의 직지심체요절 편찬과, 조선의 훈민정음 반포를 지나, 1970년대의 근현대사에 이르면 그곳엔 책을 통해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출판업자들의 꿈이 싹트고 있었다.
출판이 산업으로도 인정받지 못하던 시기. 마음이 맞는 사람끼리 모여 산악회를 만들어 산을 오르내리던 출판업자들은 그 모임에서 ‘책이 만들어지는 공간이 무엇일까.’, ‘어떻게 하면 책을 잘 만들 것인가.’ 등등의 고민을 나누며 점차 ‘출판도시 건설’이라는 목적으로 나아갔다. 그 과정은 비단 출판업자들의 열정만으로는 어려운 것이었다. 그 도시를 만들기 위해 설득해야했던 정치가들과 군인들, 그리고 어떻게 만들어져야하는가에 대해 협의해야했던 건축가들. 그 외에도 많은 사람들의 동의가 이 출판도시가 만들어지는데 필요했다.
<위대한 계약>은 어떻게 이 수많은 사람들이 하나의 마음으로 모여 도시가 탄생하게 되었는지 각자의 필요조건이 다른 여러 인물들의 증언을 통해 담아낸다. 그리고 거기서 그 목적성의 다름이 어떻게 오늘날의 파주 출판도시를 탄생하게 만들었는지 꼼꼼하게 연결 짓는다.
이렇듯 <위대한 계약>은 공동체가, 더 나아가 도시라는 것이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에 관한 영화이기도 하다. 그것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그 ‘긍정적’이라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사람들마다 각기 다른 의견들이 있겠지만 말이다. 그러한 ‘유토피아적’인 모습을 <위대한 계약>은 실재하는 파주 출판도시의 여러 아름다운 풍경들과, 그 도시를 만들고자할 때 지켜냈던 요소들이 어떻게 훗날 현대의 것들과 맞물려 조화가 되는지 보여준다. 무엇보다도 이 영화에서의 사람들의 모습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
<위대한 계약>에 등장하는 파주 출판도시의 여러 관계자들이 자신들이 일구어낸, 혹은 살아가는 도시에 관해 설명하거나 그것이 만들어졌던 과거의 추억을 회상할 때 무엇보다도 스크린 속에서 발산되는 그들의 자부심이 그들만의 유토피아를 가장 잘 증언한다.
영화 자체도 그 모든 것들을 믿고 바라보는 듯하다. 영화도중 인터뷰를 할 때 한번 씩 들려오는 프레임 밖의 정다운, 김종신 감독(으로 추정되는)인터뷰어들의 공감하는 여러 감탄사가 그들의 <위대한 계약>의 모습과 닮아있다.
- 오오극장 관객프로그래머 류승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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