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경청하기’, 관객의 ‘참여하기’
영화는 팟캐스트 <세상 끝의 사랑>이 녹음되는 과정을 담는다. 녹음실에 자리한 이들은 국가적 재난과 재해, 참사를 지나오며 유가족으로 살아온 지난 세월에 대해 이야기한다. 영화는 녹음실 밖에서의, 그들 각자의 일상을 함께 담아내며 그들의 말을 담담히 기록한다. 그들의 입을 통해 발화되는, 지난 시간을 생생하고 면밀하게 읊어내는 말들에는 그간 세월의 짙은 슬픔이 배어 있다. 영화는 그 슬픔이 자리 잡을 공간을 내어준다.
대화 혹은 이야기를 진행시킨 이후에, 영화는 말들을 기록하는 데에서 나아가 이들의, 그리고 우리 사회의 미래에 대한 논의를 꺼내놓기 시작한다. 영화의 중반부에 도달할 즈음, 유가족들은 생각을 무수히 반복한 끝에 도달한 한 가지 지점에 대해 입을 모아 이야기한다. 가족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나아가 그 희생을 헛되지 않은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 그들은 더 나은 세상을 꿈꾸겠다고 말한다. 그리고 영화는 ‘생명과 안전의 나라’로 가기를 열망한다는 그들의 소망이 꺾기지 않도록, 그들의 이야기와 다짐을 사려 깊게 엮어낸다. 그리하여 마침내 <세월 : 라이프 고즈 온>은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데에서 나아가 변화를 기원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역할을 수행한다.
두 시간이 조금 안 되는 러닝타임 동안에 영화는 유가족들의 목소리와 추모의 공간에 더불어, 우리가 발붙이고 살고 있는 일상의 풍경들을 함께 배합해낸다. 그리고는 우리 삶의 지척에,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은 사람들이, 어찌해서 이런 말들을 하고 있는 것인지를 덤덤히 보여준다. 그리고 그것은 필연적으로 관객으로 하여금 우리의 삶을 스쳐 지나간 많은 것들을 상기하게끔 한다. 이 모든 과정을 바라본, 혹은 겪어낸 이후에 우리가 앞으로 어떤 태도로 세상을 마주하고 어떻게 우리 사회를 받아들일지를 숙고하는 과정은 우리 관객들에게 남겨진 과제일 것이다.
-오오극장 관객프로그래머 김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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