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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작 프리뷰

<땅에 쓰는 시> 프리뷰 - 한국적 경관을 끊임없이 포착한다는 것

 

한국적 경관을 끊임없이 포착한다는 것

 

<땅에 쓰는 시>는 한국 1세대 조경가 정영선의 일상적인 삶과, 그녀가 설계한 아름다운 경관들에 관한 영화이다. 정영선의 흔적들은 여의도 샛강생태공원’, ‘선유도 공원과도 같은 서울에 위치한 것들뿐만 아니라 파주, 제주, 포항 등등 전국 곳곳에 산재돼 있다. <땅에 쓰는 시>는 그녀의 손길이 닿은 풍경들의 전체적인 형태를 포함해, 그것을 이루고 있는 자잘한 아름다움까지 놓치지 않으려는 듯 세세한 부분들까지 포착하는데 공을 들인다. 그것은 정영선 본인이 자신의 작업물에 관해 언급할 때 종종 인용하는 시()의 아름다움을 카메라가 담아내려는 듯 하다. 요컨대 <땅에 쓰는 시>는 정영선 조경가가 이루고자 했던 조경의 언어()적 아름다움을 이미지들로, 때로는 소리들로 그 흔적을 찾아내려는 영화다.

 

그 아름다운 풍경들은 어디로부터 왔을까. 그 흔적은 종종 정영선의 일상에서 보여지듯 그녀의 소박한 태도로부터 왔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풍경의 상당 부분들은 이미 존재했었다. 정영선의 조경들은 영화 속에서 그녀 자신이 언급하듯 기존의 경관을 잘 가꾸는 것이 중요하다. 기존의 풍경들을 유지하는 데서 그녀의 설계가 시작되는 것이다. <땅에 쓰는 시>는 이러한 정영선의 자연 친화적인 태도를 어떻게 지켜냈는지에 관해서도 종종 언급한다. 기존의 한국적 경관은 대부분 무분별한 개발에 의해 파고되었다. 이 영화 속의 한국적 경관은 현실에서 그다지 많지 않은 것이다. 이러한 사실에도 불구하고 <땅에 쓰는 시>는 끊임없이 아름다운 것들, 즉 정영선의 손길이 닿은-지켜낸-아름다운 풍경들을 맹목적으로 쫓는다. 정다운 감독은 그럼으로써 역설적으로 현실의 풍경들에 대해 재고하기를 설득한다.

 

<땅에 쓰는 시>에서 아이가 풍경 속에서 뛰어노는 장면이 나온다. 아이가 왜 뛰어다니는지 우리는 정확히 그 목적을 알 수 없다. 다만 아이의 뛰는 몸짓과 자연 친화적인 영화적 배경이 잘 어우러져 아름다운 장면이라고 느낄 뿐이다.

 

 

-오오극장 관객프로그래머 류승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