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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리뷰

<불도저에 탄 소녀> 프리뷰 - 소녀, 불도저에 타라.

 

소녀, 불도저에 타라.

 

 

앞뒤를 헤아리지 아니하고 무조건 일을 밀고 나가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불도저의 다른 사전적 의미로 적혀있는 글이다. 주어진 삶이라곤, 불도저에 탈 수 밖에 없었던 소녀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 '스카이캐슬'에 출연했던 김혜윤 배우의 장편 데뷔작인 영화로, 생각했던 것 보다 더 주연 배우의 에너지가 크게 작용한 영화였다.

 

이 영화의 모티브는 실제로 중장비를 끌고 관공서를 들이박았던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하는데, 실제 사건을 기반으로 조연들의 연기가 현실성있게 다가온 부분이 극의 흐름을 잃지 않고 세계에 빠져드는 데 한 몫을 했다. 그러나 한 가지만 얘기한다면, 김혜윤의 새로운 발견으로도 충분히 의미있었다고 평가하고 싶다.

 

거의 대부분의 서사가 여성 캐릭터인 혜영이 가족을 둘러싼 문제와 세상을 향해 분노하는 모습을 통해 그려지고 있는데, 미성년에서 성년이 되어가는 어리고 유약한 존재의 위태로움을 드러내는 데 어색함이 없었고 크레딧이 올라올 때쯤에는 나도 인물의 들끊는 그 감정이 그대로 남아있는 듯 했다.

 

그러나 용문신을 하고 불도저를 운전하는 거친 여성 캐릭터를 독보적인 캐릭터의 등장으로 기뻐하는 것 보다, 세상에게 버림받은 어린 존재들이 여전히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을 것 같아서 마음이 쓰인다. 모든 폭주가 끝나고 나서 그의 주변엔 누가 있었을까? 누가 있어야만 했을까. 돈으로 시작한 가족의 문제가 다시 돈으로 해결되는 형국이 개운하지만은 않다.

 

결국엔 다시 숙명처럼 불도저에 타게 되는 것은 아닐까. 그의 곁을 위로해줄 그 누구도 보이지 않는 것 또한 현실의 이야기라고 느껴지는 것이 슬프다.

 

 

- 오오극장 관객프로그래머 임아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