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롭게 유영하는
자긍심의 달, 6월이 돌아왔다. 올해는 영화 모어와 함께 보내시면 좋을 것 같다.
발레리노가 아닌 발레리나가 되고 싶었던 모지민.
이태원 ‘트랜스’에서 모어(毛漁)로 태어난 뒤 이제껏 가꿔온 아름다움을 맘껏 담아낸 영화.
털이 난 물고기. 그 어느 곳도 속하지 않는 이상하고 낯선 존재. 그러나 스스로를 새롭게 명명하며, 치열하게 앞으로 헤엄쳐 나아가는 모어의 모습을 경외롭게 마주하게 된다.
논두렁, 고향의 옛날 집, 이태원, 미국의 공연장 그 어느 곳에서든 모어가 만들어내는 섬세한 움직임 앞에서는 무대가 된다. 모어가 가진 다양하고 폭발적인 힘이 이일하 감독이 만들어낸 연출의 힘으로 전환되는 과정을 마주하고 있으면 넋을 놓고 낯선 이 세계에 기꺼이 함께하고 싶어진다.
뮤지션 이랑이 음악감독으로 참여한 것도 포인트. 자유롭게 유영하는 모어의 모습에 다채로운 질감과 세계관을 더해준다.
마지막으로 극의 주인공인 모지민은 영화진흥위원회에 영화인으로 등록되지 못했다. 트랜스젠더로 성별을 선택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여전히 남성과 여성 둘 중에 하나를 요구하는 세상이다. 그럼에도 ‘트랜스’ 하게 ‘모어’ 하게 살아나갈 그와 우리의 삶을 응원하는 영화.
- 오오극장 관객프로그래머 임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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