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보아도 좋지만 같이 보면 더 좋은 영화!
‘오오프렌즈’는 독립영화전용관 오오극장의 관객 모임입니다.
‘오오프렌즈’ 상영일, 영화 관람 후 극장 내 자리 잡은 삼삼카페로 모이세요.
오오극장 상영작을 함께 보고 마음껏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드립니다.
11월 16일 수요일, 오오프렌즈 다섯 번째 만남
영화와 현실의 경계를 넘나드는 영화,
홍상수 감독의 <탑> 관람 후 다섯 번째 모임을 진행하였습니다.
이번 모임에서 오오프렌즈는 진지한 태도로 영화를 논했습니다.
한 시간 정도 진행된 대화에서는 영화 속에 각 인물이 변화하는 모습부터
다른 홍상수 감독의 영화와 <탑>을 비교하기까지, 영화와 세계에 철학적으로 접근했습니다.
병수는 화면 밖에 나갔다가 다시 등장할 때마다 다른 인물이 되어 있었다.
층마다 육식을 한다고 했다가, 채식을 한다고 했다.
신을 믿지 않는다고 얘기했다가, 하느님을 만났다고 말했다.
그래서 인물들이 화면 밖으로 나갈 때마다 같은 인물로 돌아오지 않을까봐 무서웠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에서 언어는 중요한 기능을 하는데, 한국어로 된 언어유희가 곳곳에 녹아 있었다.
예를 들어 ‘덥다’라는 말이 ‘시원한 마사지’라는 단어로 이어지는 것과 같은 언어 표현들이
한 장면 안에서, 그리고 각 장면 단위로도 이어지는데,
이것이 영어로 번역되면서 어떻게 영화의 통일성을 유지했을지 궁금해졌다.
화면에 보이지 않는 사람이 대사를 치는 것이 자꾸 마음에 걸렸다.
쥴을 부르는 목소리가 강압적이라고 느껴져서, 쥴이 화면에 굳이 나오지 않아도 된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현대 영화사에서는 쇼트와 역쇼트가 배치되면서 대화가 이뤄진다.
한 사람의 얼굴 쇼트가 나오고, 다른 사람의 얼굴 쇼트가 나오면, 관객은 이 둘이 대화하고 있다고 받아들인다.
그러나 홍상수 감독은 그 쇼트들이 붙어서 하나의 대화로 기능할 수 있다는 전제를 매번 의심한다.
그래서 홍상수 감독이 영화사적으로도 새로운 길을 걷고 있다고 생각한다.
차에 탔다고 인물이 바뀌고 끊어졌던 시간이 다시 이어진다.
뫼비우스의 띠처럼 세계관이 돌고 돌면서 세계를 깨고 있는 것 같다.
이 영화는 그렇게 깨어진 여러 개의 세계를 흩뜨려놓고, 그 세계들이 서로 교통하고 단절된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각 세계를 증폭시켜서 결국 모든 세계를 터뜨린다.
나아가 영화 안과 밖이 다르고, 영화를 보기 전과 다 보고 극장을 나설 때가 같은 세상일까 의심하게 만든다.
인물도 시간도 끝없이 변화하는 만큼, 여러 변화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영화를 해석한 시간이었습니다.
다양한 분석을 공유해주신 오오극장의 친구들! 모두 모두 감사드립니다.
‘오오프렌즈’는 계속됩니다. 다음 만남도 기대해 주세요!
'오오프렌즈' 카테고리의 다른 글
<라이스보이 슬립스>/2023.04.26. (0) | 2023.05.03 |
---|---|
<다음 소희>/2023.02.25. (0) | 2023.02.28 |
<성덕> / 2022.10.19. (0) | 2022.10.29 |
<성적표의 김민영> / 2022.09.14. (0) | 2022.09.27 |
<썸머 필름을 타고!> / 2022.07.27. (0) | 2022.08.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