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슴 속에 영원히 울려 퍼질 아치의 노래
‘정태춘·박은옥 데뷔 40주년 프로젝트’ 기념공연 준비가 한창이다. 베테랑 가수답게 자신의 목소리와 밴드 연주의 어울림을 섬세하게 체크한다. 공연 무대를 어떻게 꾸밀 것인지도 꼼꼼히 챙긴다. 그렇게 2019년 4월 13일, 제주도에서 40주년 기념 전국투어콘서트 첫 공연의 막이 오른다. 객석 불이 꺼지고 무대 조명이 서서히 밝아지면서 그의 데뷔곡 ‘시인의 마을’이 흐른다. 40년이라는 세월의 나이테가 깊게 박힌 그의 목소리가 무대에 울려 퍼지고 우리는 ‘시인의 마을’이 처음 세상에 알려진 1977년으로 향한다.
영화 <아치의 노래, 정태춘>은 정태춘의 삶과 음악을 담은 연대기다. 그가 어떻게 음악을 시작하게 되었는지부터 주요 시기마다 했던 음악에 대한 철학과 고민을 담았다. 데뷔 시절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았던 포크의 시대가 저물고 새로운 대중음악이 등장하던 시기를 겪으면서 그는 잠시 설 무대를 잃었지만, 그는 더욱 포크적인 것에 집중하며 직접 만든 공연을 통해 노래 부른다. 87년 민주항쟁 이후 더없이 좋아질 것 같았던 사회의 이면을 목격한 후 날카로운 시선으로 한국 사회의 현실을 파고든다. 치열했던 만큼 절망도 컸다.
큰 절망만큼 그의 침묵도 길었다. 그러나 세상은 느리지만 조금씩 변하고 있었고 노래의 힘은 컸다. 2016년 촛불 집회에서 그의 노래가 불린다. 절망을 딛고 나아가야 한다는 그의 메시지가 많은 이들의 마음을 울린다. 영화는 이렇듯 그의 노래를 통해 그것에 은유 되어 있는 삶의 궤적을 들여다본다.
공연 실황을 담은 영화가 제법 개봉된다. 코로나로 공연을 찾을 수 없는 팬들에게는 가까이에서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를 라이브로 들을 수 있어 더없이 좋다. 영화 <아치의 노래, 정태춘>은 가수 정태춘의 삶과 음악을 담은 자서전과 같은 영화이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40주년 기념공연 실황을 담은 영화이기도 하다.
그의 음악 인생에 중요한 기점이 된 노래들을 라이브로 들을 수 있다. 시간이 맞지 않거나 예매를 하지 못하면 볼 수 없는 정태춘·박은옥의 라이브 공연을 편한 시간에 불 꺼진 객석 맨 앞 열에서 즐길 수 있다.
먼저 본 사람이 조언하자면 미리 손수건이나 휴지를 챙기시길 바란다. 그의 라이브 공연을 바로 앞에서 볼 수 있다는 감동과 지난 40년의 세월이 새겨져 더욱 깊어진 그의 목소리가 주는 울림이 크다. 음유시인이라 불리는 그의 노래 가사는 마음 깊은 곳을 자극한다.
- 오오극장 관객프로그래머 조은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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