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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작 프리뷰

<숨> 프리뷰 - 죽음을 마주하기 전에

 

죽음을 마주하기 전에

 

 나는 죽음을 생각해본 적은 많지만 죽음을 마주한 적은 잘 없다. 나의 할머니는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돌아가셨고, 내가 세상으로 나온지 채 10년도 되지 않았을 적에 할아버지와 큰아버지께서 돌아가셨다. 죽음에 대한 생각이 채 정립이 안되었을때의 일들이었다. 그러나, 날마다 수많은 사람들이 죽는다. 통계에 따르면 2023, 우리나라에서 사망한 사람의 수는 352,511명이라고 한다. 이는 (실제로 그렇진 않겠지만) 하루에 약 966명 정도가 사망한다는 뜻이다. 하루에 거의 1000명정도가 죽는다. 그리고, 그 무수한 죽음들을 실제로 매일 마주하는 사람들이 있다.

 

 영화 <>은 한 사람의 죽음을 정리하는 장례 지도사와, 유품 정리사의 모습을 담는다. 극 영화와 다큐멘터리를 가릴 것 없이 활발하게 창작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는 윤재호 감독이 죽음 주변에 있는 자들을 담게 된 것은 다름 아닌 어머니의 죽음이다. 영화에서는 이를 반영하듯 죽음이 가까웠음을 느끼는 한 노인의 모습 역시 포착한다. 하루하루 죽지 않아서 사는 노인이 마치 시시포스처럼 박스가 가득 담긴 리어카를 끌며 일하는 모습, 몸이 아파 병원을 가지만, 적극적인 치료를 받기보단 아픔을 약으로 삼키려는 모습, 교회의 목사님께 죽음 이후 있을 천국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럼에도 알음알음 삶의 위안을 얻는 모습을 보면 죽음 앞에 선다는 것의 의미를 저절로 체감하게 된다. 이런 것들이 장례 지도사가 전하는, 혹은 보여주는 여러 죽음의 이야기들, 유품 정리사의 여정을 따라가다 만나게 되는 죽음 이후 삶의 흔적들과 맞물려 정말로 우리를 죽음의 현장 중심에 세운다. ‘산다는 건 무엇일까, 죽는다는 건 무엇일까우리는 영화를 보는 내내 두 가지 질문을 마음속으로 되뇌며 숨죽이게 된다.

 

 영화의 모든 과정 끝에 만나게 되는 것은 정말 뜻밖의 인물이 죽음을 입은 모습이다. 무덤을 둘러싼 카메라들, 그리고 그 위에서 땀을 닦으며 장례 절차를 마무리하는 장례 지도사, 그리고 그 모습을 뒤로하고 나오는 그의 마지막 대사를 듣고 나면, 탄식이 절로 나온다. “, 죽음 앞에는 정말 모두가 평등하구나!” <>은 그렇게 세상에 현현이 존재하는 죽음을 간접적으로 마주하게 함으로써 도리어 삶을 다시 되돌아보게 만드는 성찰의 순환을 일으킨다.

 

 

-오오극장 관객프로그래머 김건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