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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작 프리뷰

<여성국극 끊어질듯 이어지고 사라질듯 영원하다> 프리뷰 - 증명에 매달리는 애틋함에 매료되어

 

증명에 매달리는 애틋함에 매료되어

 

1940년대 해방기에 출현하여 195424편의 신작을 발표하는 등 전성기를 구가했던 여성국극은 1948년 국악원에서 나와 새롭게 조직된 여성국악동호회로부터 이어져 왔다. 이 영화는 명확한 역사적 사료를 검토하기 위해 거슬러 올라가지 않음은 물론, 여성국극의 계보학의 지도를 그리는 작업에 그다지 집중하지 않는다.

이러한 지적 해명에 대한 욕망은 잠시 꾹꾹 눌러둔 채, 오히려 그들의 수행을 증명하기위하여 마음 쓰는 사람들을 응시한다. 여성국극이라는 형식 자체에 대한 증명, 여성국극을 하는 에 대한 증명, 전통적 여성 배역에서 나아가기 위한 증명 등을 기록하는 것. 동시에 이는 극이 달려온 시간에 놓인 배역(남성과 여성의 위치), 해석(전통과 현대), 연기(‘와 역할), 예술의 수행(기쁨과 불안) 등의 불화와 서로 엉클어진다.

증명과 불화의 이중 변주는 이른바 현재의 계승자에게만 나타나지 않는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세대와 무관히 훨씬 더 이른 시간부터 여성국극을 수행한 이들도(이를테면, 1세대 국극인 조영숙 예술가처럼) 증명의 순간에 부딪히며 겪는다. 환희와 애수의 회합. 그러나 끈덕진 애정과 더불어 그들을 에워싸는 부정의 감정은 비틀거리며 나아가도록 미는 힘이 된다.

간단히 표현해, 불가능성을 극복한 가능성이라는 무대로의 여정은 단지 춘향전을 끝으로 막을 내리지 않는다. 이는 새롭게 등장하는 또 다른 현재를 잇는 (그 자체로의) ‘멈추지 않는주행이다. 영화 내내 목적지를 향해 구르는 수빈과 지영의 자동차처럼, 이들은 스스로 불가능성과 가능성의 사이를 맴돌며 기록하는 행위자면서 수용자이다. 연료가 떨어질 때도 있고 경적을 울리기도 하며, 바퀴에 구멍이 숭숭 생겨 다소 속도가 느려질 때도 있을지 모른다만. 이중 변주의 순간들이 마주치고 충돌하며 발생시키는 애틋함은 끊임없이 그들의 마음속을 헤엄친다.

 

 

-오오극장 관객프로그래머 이라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