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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불문! 대구독립영화

무엇이 영화인지 좀 더 생각해봐야겠지만 영화인 것만은 분명함 #1

장르 불문! 대구독립영화

오오극장은 대구 유일의 독립영화전용관입니다.
대구독립영화의 다양한 방향을 모색하고 독립영화를 사랑하는 대구 관객들과 호흡하기 위하여,
새로운 시선으로 대구독립영화에 접근하는 장, <장르 불문! 대구독립영화>를 연재합니다.
대구독립영화를 주제로 소설, 칼럼, 에세이 등 다양한 장르의 글을 소개합니다.
두 번째로, 대학생 이라진님의 대구단편영화제를 다니며 생각한 것들에 대한 글을 선보입니다. 
매주 수요일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무엇이 영화인지 좀 더 생각해봐야겠지만 영화인 것만은 분명함 #1

 

 1. 이 일기가 어떻게 시작된 것인지에 대하여

 대구 중구 도심인 구 중앙 파출소 주변에서 사이비 청년단원으로 활동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전도 실적 미흡으로 눈초리를 받을 때였다. , 이 말을 듣고 놀랐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전혀 그러지 않아도 된다. 내가 하는 일은 이곳을 통과하는 버스 기사한테 홍보지를 주면서 인터뷰를 진행한 뒤 기록하여 보내는 단순 작업이고(매우 슬프게도 지금까지 한 번도 성공한 적은 없었다) 남는 시간에는 카페에 들어가 노트북으로 개인 블로그에 일기를 올리거나 영화를 본다. 이 단체에서 발행하는 소식지 카스카이스 정신병원에서를 담당하는 안토니우 모라의 독촉 전화가 올 때면 심장이 떨리기도 하지만, 이제는 그것도 적응이 된 참이었다(내가 듣기로 그는 매일 거울 방에 들어가 커피를 마시면서 움직이는 자신을 스케치하는 미치광이라고 한다). 나름 오래 일했던 방촌동 DVD 대여점이 재정난으로 폐업하고 여기저기 아르바이트 문의 연락을 넣어도 답이 오지 않았을 때부터 일기는 유일한 도피였다. 일기를 쓴다는 건 옮겨지는 말의 경로가 수렴하는 사물의 속을 비스듬히 응시하는 것 같다. 마치 구경하는 것처럼. 정해진 영역을 멋대로 산책하는 언어의 놀이를 가만히 지켜보면 어느새 일기의 부분은 물질의 합이 된다. 그리고 영화는 재생된다. 쉽게 말하자면, 일기를 올리고 영화를 보는 일은 불완전한 진입로를 형성한다. 물론 나는 영화를 단지 볼 뿐이고 어디로 들어가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일기는 가끔 내게 비참함을 안겨주긴 하지만 유일하게 나를 기다려주었다. 그래서 이 반복되는 행위를 포기할 수 없었다. 현실의 외피에서 벗어나는 걸 허용하는 움직임을 멈출 수 없었다. 이런 이유로 버티고 버티던 구형 노트북이 점점 느려지기 시작할 때, 우연히 대구 도심 주변에서 사이비 청년단원으로 채용되어 활동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처음에는 눈에 광기가 있다며 중구 지부 차세대 에이스로 기대를 한 몸에 받았지만, 내 안구는 비과학적 허상에 믿음의 전파로 이어지진 못했고 이제는 눈치에 떠밀려 카페로 도망치는 신세다. 그리고 지난여름 한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진도 대파 버거를 먹고 있는 금동현을 만났다.

 

 

 금동현은 예술 독립잡지 편집 동인이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멕시코 국립 자치 대학교(UNAM) 대학신문에서 출발한 마테리알은 현재 멕시코시티와 대구 중구를 거점으로 예술 활동을 하면서 독립잡지를 발행하고 있다. 그리고 자신은 계간 시네힐에 보낼 비평이 있어 영화언덕에서 주최하는 컬트 영화제 참관을 위해 잠시 한국으로 왔다고 말했다. 또한, 금동현은 내가 쓴 일기를 항상 재밌게 읽고 있다며 반갑다 인사했고 나는 이웃 수가 다섯도 되지 않는 블로그 일기를 멕시코시티에서 볼 수가 있는지, 나를 어떻게 알아본 건지 곰곰이 생각했다(이 물음에 답 같은 건 필요하지 않다). 무엇보다 믿을 수 없는 것은 일기 의뢰였다. 일기를 의뢰할 수가 있나? 심지어 대구 단편영화제에 관한 일기라니! 우선 일기를 못 쓰고 영화에 대해 생각해 본 적도 없고 금전화된 일기를 상상할 수 없으며, 가장 중요한 건 이야기는 흥미로웠으나 이 상황이 무척 수상하고 의심스러웠기에 두 번 생각하지 않고…… 수락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편집위원장이 살바도르 엘리손도(se).

se는 다섯도 되지 않는 이웃 중 한 명이다.

사이비 활동도 질렸고 밑져야 본전이다!

 

se는 이번 호 마테리알을 일기 특집으로 기획하고 있으며 사실 금동현과 함께 한국에 왔고, IFAL에서 단 한 번 상영된 후 떠돌다가 오오극장이 보관하고 있는 그의 단편 영화 <묵시록 apocalypse 1900> 을 확인할 겸 대구 단편영화제에 방문한다고 했다. 그리고 금동현에게 오오극장 앞에 주차된 차량 트렁크에 담긴 마테리알배포를 부탁했다고 한다. 왜 하필 트렁크인지 궁금해져 물어봤는데, 그건 아무도 알 수 없다고 하지만 트렁크는 항상 가득한 공간이니 상관없다는 식의 대답뿐이었다. 영화제를 다니면서 평소처럼 일기도 쓰고 그곳에서 se를 만나는 겁니다! 이 기회를 놓칠 건가요? 아무리 사이비로 일을 한다지만 이걸 놓칠 만큼 멍청하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상상해보세요, 진도 대파 버거를 먹는 se……. 금동현의 말에 나는 홀린 듯 고개를 끄덕였고 가을이 된 지금까지 이를 후회하고 있다.

 

 

사소한 뒷이야기: 글은 대체 어떻게 쓰는 거냐며 묻는 내게 금동현은 이렇게 말했다.

저는 그냥 써요.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고, 나에게조차그리고 후회를 하는 방식으로

 

 

 2a. 대구 단편영화제가 실제로 어떤 영화제인지에 대하여

 전혀 알 수 없다. 나는 영화제 내부 반경 1.5미터 이내로 들어가 본 적도 없고 영화인들과 대화를 한 적도 없다. 그렇다면 대구 단편영화제를 다니며 생각한 것들에 대하여. 전혀 없다. 나는 영화를 생각하면서 본 적이 없고 이런 무능함에 오오극장 앞에서 줄줄 흐르는 눈물만 닦았을 뿐이다. 로버트 스미스슨은 공원은 물리적 구역 안에 존재하는 진행 중인 관계의 과정이며, 결국우리에 대한 것이라고 했다. 케일럽 켈리는 두 장소를 연결하는 신체의 움직임인 걷기는 주변 환경을 새롭게 듣는 데서 나아가, 그 과정에서 이러한 소리를 듣게끔 한다고 했다. 발레리아 루이셀리는 지하철은 나를 죽은 것들에게로, 정확히 말하자면 사물의 죽음으로 데려다주었다고 했다. 지하철 시 Poèmes de métro 작법을 만든 자크 주에는 지하철 시가 무엇인지 알고 싶나요? 대답이 라고 가정해 봅시다. 이것이 바로 지하철 시입니다라고 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지하철에서 방촌동으로부터 오오극장까지 연결해 준 걷기와 이동에 대해, 그 회전하는 영역을 공원 삼아 영화를 산책했던 순간을 떠올리며, 출렁이는 이미지 사이로 죽어버린 기억이 들려주는 잔존 하는 소리를 들어보기로 했다. 기록은 구멍에 빠져버린 감각을 붙잡아 끌어올린다. 그러니까 이건 잠시 대답을 라고 가정한 뒤 영화제 이후 그곳에서 마주한 영화에 대해 생각한 것이다.

 

 

 3. 대구단편영화제 기간 오오극장에서 내가 봤던 작품들

 <유령극>(김현정), <50cm 50cm>(김소정), <아무 잘못 없는>(박찬우), <겨울캠프>(장주선), <그리고 집>(정은욱), <오늘의 영화>(이승현), <mosaic mosaic>(김주원), <점의길>(곽효인), <호수>(박소현), <소녀탐정 양수린>(김선빈), <박영길 씨와의 차 한 잔>(유우일), <내 방>(한세하), <휴식과 나의 남자친구>(태지원), <막내가 서른이야>(김자한), <소설가의 일>(장현서), <함진아비>(이상민), <사라지는 것들>(권민령), <시험 기간>(박재현), <휴게소>(김보미)

 

 

 

- 글 이라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