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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V 모먼트

<장영선 감독전> 장영선 감독 / 2022.09.25.

<장영선 감독전> 관객과의 대화 기록 2022.09.25

참석 장영선 감독

진행 김주리 모더레이터

기록 정채연

 

김주리 : 안녕하세요. 오늘 GV 진행을 맡은 김주리입니다. 감독님, 먼저 관객 여러분께 인사 부탁드립니다.

 

장영선 : 네 안녕하세요. 저는 앞서 상영한 4편의 영화를 감독한 장영선입니다.

 

김주리 : 추천사에서도 잠깐 썼지만, 저 개인적으로 감독님의 영화가 인상 깊었던 이유는 익숙한 것을 진부하지 않게 표현하는 힘이 있어서예요. 장르의 도식성을 클리셰로 두는 게 아니라, 이걸 어떻게든 활용해서 익숙하고도 유쾌한 이야기가 만드는 게 신선했거든요. 감독님도 이런 도식성을 지속적으로 의식하시면서 작품 활동을 이어오고 계신 건지 궁금했어요.

 

장영선 : 아무래도 그 도식성은 bl장르의 도식성이 아닌가 싶은데요. 개인적으로는 퀴어 영화제에 가면 저보고 bl을 만든다고 하고, bl을 만드는 상업 현장에 가면 저보고 퀴어를 만든다고 해요. 그래서 저는 제가 회색 지대에 서 있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근데 저는 bl과 퀴어의 거리가 좀 가까워져야만 오랫동안 산업이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자면 bl로 먼저 유입된 관객이 원하는 도식적인, 흔히 말하는 bl 클리셰라고 하는 설렘이나 로맨스를 유지하면서, 그걸 퀴어에서도 멀지 않은 문제점과 결합을 시켜야 할 것 같아요. 퀴어에 프렌들리하다고 할까요, 아니면 피해가 가지 않게 신경을 쓴다고 해야 할까요. 그 정도의 선에서 충분히 볼 수 있는 작품을 만드는 게 저한테는 중요한 과제여서, 아마도 그런 결과가 나온 게 아닌가 싶습니다.

 

김주리 : <시맨틱 에러>처럼 요즘 영상물로서의 bl이 흥하고 있는 추세잖아요. 최근에 부천에서도 관련 섹션이 생겼더라고요. 이런 흐름에 힘입어서 감독님 영화에도 관객들의 반응 변화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장영선 : 사실 관객들의 반응을 바로바로 들을 수 있는 창구가 생각보다 많지는 않아서, 관객들의 변화는 잘 체감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오늘 체감을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아마도 시장 산업이 열린 거겠죠. <시맨틱 에러>가 아주 많은 이익을 봤다고 저도 전해만 들었지 실질적으로 어느 정도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저도 부천에서 섹션을 할 때 가서 봤는데 반응이 좋기는 하더라고요. 그런데 정말로 시장이 열려서 관객들이 다 이쪽을 보고 있는 건지, 아니면 원래 이른바 음지에서 즐기던 분들이 양지로 나와서 반응이 뜨거운 건지, 정확히 가늠할 수는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아직은 스타트 단계니까. 좀 더 지켜보다 보면 확실히 알 수 있지 않을까 싶고요. 그렇게 되면 제 영화를 보는 시선에도 좀 변화가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들고 그렇습니다.

 

Q : 안녕하세요, 감독님. 저는 <보충수업> 팬입니다. 영화를 보면서 궁금했던 질문이 많았는데 질문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기쁩니다. 영화 촬영하면서 바뀐 설정이 있는지, 설정은 했지만 영화에 나오지 않는 설정이 있는지, 넣고 싶었는데 못 넣은 장면이 있는지, 그 외에 촬영 비하인드가 있는지, 배우분들도 캐릭터 해석을 열심히 하셨다는 이야기를 봤는데 배우분들에 대한 코멘트도 있는지 궁금합니다.

장영선 : 설정했지만 영화에 나오지 않은 건 아마 거의 없을 거예요. 일정도 예산도 타이트했기 때문에, 정확히 대본을 써서 그대로 찍었거든요. 편집된 부분도 많지 않고 해서 그런 부분은 없는 것 같아요. 넣고 싶었는데 못 넣은 장면이라기보다는, 그때도 생각하긴 했지만 지금 생각해도 키스신이 좀 약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게 성인 두 명이 이렇게 해도 괜찮은가? (일동 웃음) 이런 생각을 오늘도 역시 다시 한 번 했어요. 그때 제가 현장에서 다르게 연출했어야 되나? 그때는 그냥 배우분들한테 모든 걸 맡기고, 지금 드는 감정으로 해 주시면 된다 이렇게 말씀을 드렸는데, 다른 방법이 있었을까를 다시 한번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고요.

촬영 비하인드라고 하면 저 교수실을 제가 어렵게 빌렸어요, 교수실은 교수님들이 잘 안 빌려주시거든요. 진짜 어렵게 빌려서 촬영 당일에 처음으로 문을 열어봤는데, 헌책방 같이 너무 뭐가 많고 도무지 시를 어디다 배치할 곳이 없다는 느낌이었어요. 그래서 이게 적합한 로케이션인지 고민이 많았어요. 결국에는 다른 방법이 없으니까 찍었고, 시의 배치를 막 이렇게 구석구석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 비하인드라면 비하인드 같습니다.

배우분들 같은 경우는 교수님 역할을 맡으신 김승환 배우님은 연극 쪽에서 많이 활동하신 분이어서 특별히 딱히 말씀드릴 것도 없었어요. 그냥 척하면 척이었고, 학생 역할을 맡았던 김민식 배우는 연기를 처음 하는 친구여서 저랑 월화수목금을 만나서 2시간씩 연습하고 또 연습 해서 여기까지 오게 되었어요.

 

김주리 : 감독님 영화의 맛 중에 하나는 바로 대사인 것 같아요. 대화 장면이 많은데도 단조롭지 않고 자꾸 다음에는 어떤 대사가 나올까 기대하게 되더라고요. 시나리오 쓰실 때 특히 대사를 어떻게 구상하셨는지, 또 대화 장면을 단조롭지 않게 하려고 연출적으로 고민하신 부분이 있는지 궁금했어요.

 

장영선 : 일단 대사를 재미있게 써야만 하는 실정인 것 같습니다. 앞에 보셨던 두 작품 <두 교수의 은밀한 만남><첫날밤과 손가락>은 장소가 한 군데이다 보니까 대사까지 재미없으면 끝장이다, 싶어서 대사를 조금이라도 재밌게 쓰려고 노력을 많이 한 것 같고요.
연출적으로는, 장소가 한정되어 있고 인물이 두 명밖에 없으니까 연출을 잘 해야겠다라고 생각은 했지만 시간이 너무 부족했어요. 처음에 보셨던 두 편은 낮에는 교수님 찍고 밤에는 조교님 찍고 이렇게 두 편을 하루에 찍은 거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연출을 너무 러프하게 한 게 아닌가 반성을 좀 했어요. 앞으로는 더 신경을 써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김주리 : 그 두 편이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잖아요. 저는 뭘 염두에 두고 그렇게 하신 건지 궁금했었는데 같은 날 촬영을 하신 거군요.

 

장영선 : 원래는 옴니버스처럼 세계관이 이어지는 걸 12편 정도 모아서 장편으로 만들자는 거대한 포부가 있었어요. 하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아서 두 개까지만 하고 못하게 된 비운의 프로젝트거든요. 또 교수님 역할의 배우분들은 대학로에서 유명하신 분들이에요. 제가 그분들한테는 나중에 장편으로 개봉할 거예요, 넷플릭스도 간다고요.” 이렇게 소개를 하고 캐스팅을 했는데 중단이 돼서. 배우분들 만나 뵐 때마다 언제 다음 거 해요?” 이러시면 민망해하면서 ...” 이렇게 말씀드리고 있어요.

 

김주리 : 그래도 앞으로 미래에 또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요.

 

장영선 : 그렇죠. 저는 특히 저 교수님 역할의 배우분들은 굉장히 팬이거든요. 계속 세계관을 이어갈 수 있으면, 혹은 장편으로 발전시킬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는 하고 있어요. 어떻게 될지는 지켜봐야 될 것 같습니다.

 

Q : 앞에 세 가지 이야기가 배경이 모두 학교라는 공통점이 있는데 배경을 학교라는 일반적인 장소로 하신 이유가 있나요?

 

장영선 : 한정적인 환경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된 거예요. 특히 앞 두 편은 제가 열두 편을 하려고 했었잖아요. 일단 내가 좋아하는 배우들 두 명 데리고 오고, 또 내가 팬인 배우분들 두 명 데리고 와서 어디에서 섞지 고민했어요. 그러다 빠르게 찍을 수 있고, 대여가 가능하고, 다채로운 사람들이 한 곳에서 만날 수 있는 장소로는 학교가 가장 무난하지 않을까 생각해서 학교로 정했습니다.

 

Q : 앞으로의 작품 활동은 어떻게 되는지 알려주세요.

 

장영선 : 언제나 난제인데. 아주 큰 이변이 없다면 아마 ott 드라마 한 편을 쓰고 연출하는 걸로 만나뵐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그게 끝나면 또다시 난제가 돌아오겠지만, 저는 항상 장편도 쓰고 드라마도 쓰고 제작 지원도 넣으면서 다음 작품을 준비하고 있어요. 그게 결과물로 이어지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지 않으니까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언제든 노력을 할 테니 또 좋은 기회가 오면 다시 만날 수 있겠죠.

Q : 영화 잘 봤습니다. 저는 이번에 이런 장르를 처음 봤어요. 재밌게 잘 봤는데,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이 네 작품 다 인물들이 개인적인 공간에 있고, 공공장소에 노출이 잘 안 되더라고요. 개인적으로 인물들이 좀 트여 있는 곳에 있는 걸 보고 싶었어요. 혹시 다음 작품에 인물들이 공간적인 한계를 벗어나서 이야기할 수 있는 걸 기대해도 될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장영선 : , 저도 항상 그렇게 하기를 바라고 있고, 아마 그 ott 드라마는 그렇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퀴어물을 접하는 관객들의 온도 차가 너무 크다고 생각했어요. bl이나 퀴어를 계속 봐오던 사람은 왜 퀴어는 계속 어두운 얘기만 하지, 우리도 밝게 나가서 찍자 하는데, 또 막상 이런 장면을 처음 접한 사람은 아니 이렇게까지 동성애가 다 드러나 있는 건 아닌데’, ‘너무 판타지 아니야?’ 이런 말을 하는 거죠. 사실 그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게 어려웠는데, 그래도 요즘에는 bl 시장이 열리면서 일반 관객들도 남녀 상관없이 로맨스구나, 이렇게 받아들이는 분위기여서 만들기가 좀 편해졌습니다. 앞으로는 조금 더 열린 공간에서 열린 마음으로 얘기하는 주인공들을 더 많이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김주리 : 저는 로맨스 연출의 핵심은 두 인물의 시선에 있다고 생각을 하는데요. 감독님의 영화를 보다 보면 이 시선들이 아주 세심하게 표현이 돼요. 시선이 머무는 속도나 방향, 이런 것들을 연출하실 때 특별히 주의를 기울이신 부분이 있는지 궁금했어요.

 

장영선 : 제가 인스타에 올라와 있는 추천사를 보고, 그 부분을 잡아내 주신 게 정말 감사했어요. 왜냐하면 제가 진짜 신경을 많이 쓰고 있는 부분이거든요. 저는 단편 영화를 많이 했는데, 단편 영화는 평문을 받는 일이 거의 없어서 몰랐어요. 이번에 추천사를 읽고 내가 신경 쓰는 만큼 누군가 알아봐 주는구나 싶어서 되게 기뻤어요. 한편으로는 아직도 조금 아쉽다는 느낌도 들어요. 로맨스의 핵심이기도 하고, 긴장감을 유지하는 것 역시 눈빛과 시선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그 부분이 연출적으로 더 발전하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김주리 : 저는 추천사를 읽어주실 줄 몰랐는데.

장영선 : 관심이 제일 많죠, 내 영화에 대해서 무슨 얘기 하나. (웃음)

김주리 : 읽어주셔서 너무 감사했어요. 혹시 안 읽어보신 분이 계시다면 오오극장 티스토리에 있으니까 방문해 주세요.

장영선 : 아름다운 글이니까 많이 읽어 주세요.

 

김주리 : 또 하나 궁금했던 게 배우님들의 캐스팅 과정이었어요. 오늘 상영한 작품 중에는 없지만, 이제는 유명해진 배우님들, 윤박 배우님이랑 김정현 배우님들의 초기작이 감독님의 작품이기도 하잖아요. 캐스팅 과정의 비하인드 스토리 같은 게 있을까요.

장영선 : 그때는 제가 재학 중이어서 학교 안에서 캐스팅을 한 거예요. 사실 제가 영화 같이 하시죠라고 제안했을 때 바로 네, 이런 배우는 하나도 없었어요. 대부분 제가 10명한테 시나리오 전체를 다 보내주고 이런 건데 하실래요?”라고 하면은 한 명 정도가 안 해요연락 오고, 나머지는 그냥 연락을 안 주신단 말이에요. 근데 뭐 그럴 수 있죠. 정말 100명 중에 두세 명의 배우가 오디션을 보겠다고 연락을 주셔서, 저랑 미팅을 하고 또 제가 마음에 들어서 여기까지 온 거죠. 굉장히 길고 긴 과정을 거쳐서 함께 하게 된 배우들입니다. 연차가 쌓이고 작품이 많아져도 여전히 어렵습니다. 특히 키스신이 있으면 진짜 어려운 것 같아요. 키스신 없으면 쉬워요. 왜냐하면 저 교수님 분들은 되게 쉬웠어요.

 

김주리 : 제 개인적인 궁금증인데 혹시 키스신이 있을 때 리허설을 하셨나요? 아니면 순간의 감정에 맡기셨나요?

 

장영선 : 그동안에는 리허설을 하긴 했어도 좀 가볍게 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리허설이라는 게, 배우들한테 물어보면 다 잘한다고 하거든요. 보통 키스신 어떠세요?” 물으면 아이~ 잘하죠.” 다 이래요. 근데 막상 결과물은 그렇지 못할 때가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저도 그걸 아직도 많이 생각하고, 배우들 만나면 물어보기도 하고, 연출 잘하시는 감독님들한테 물어보기도 합니다. 앞으로는 리허설을 좀 철저하게 블로킹을 만들어서 해야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Q : <두 교수의 은밀한 만남>에서 '너야 너'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배우의 애드리브였는지 시나리오에 계획된 건지 궁금합니다.

 

장영선 : 시나리오에 있었고요. 아마 김동현 배우님이 그 노래를 모르셔서 다급하게 들어보셨던 것 같아요. 율동은 제가 쓰지 않았었는데 먼저 저한테 얘기를 하셔가지고 어머어머, 이러면서(웃음). 그런 애드리브를 좋아하시는 배우 분이셨나 봐요. 근데 연극에서는 약속한 것 외에 다른 걸 하기가 어려우니까 카메라 앞에서 하신 게 아닌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귀엽게 느껴져서 좋았습니다.

 

김주리 : 제가 GV를 준비하면서 영화 소개 페이지를 계속 들어갔었는데, 영화 소개말을 잘 쓰셨더라고요. 어떤 영화인지 보기 전에는 막 호기심이 생기고, 보고 나서는 정말 정확한 소개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예를 들어서 <두 교수의 은밀한 만남> 같은 경우에는 두 문장으로 요약이 되어 있는데 커피 한 잔을 들고 학교 뒤편에서 몰래 만난 두 교수. 칼로 물 베는 싸움이 시작된다.’ 이게 상황을 요약적으로 설명하면서도 부부 싸움한다는 걸 위트 있게 표현한 문장이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이런 문장들도 감독님께서 직접 쓰신 건가요?

 

장영선 : 아닙니다. 그것은 제가 쓴 게 아니고 제작사에서, 매치박스 스트롱베리에서 아마 써주신 것 같습니다.

 

김주리 : <보충수업>에서의 시는 그러면...?

 

장영선 : 시는 제가 썼습니다.

 

Q : <보충수업>에서 나온 시를 직접 쓰셨다고 하셨는데, 캐릭터들이 어떤 심정으로 쓰는 시인지, 그리고 그 시에서 어떤 뜻을 내포하고 있는지 더 알고 싶어요.

장영선 : 그걸 제가 굉장히 우회적으로 써서 빨리 다가오지 않는 면이 있나 싶었어요. 관객분들이 이게 무슨 뜻이냐고 물어보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았거든요. 어쨌든 둘 다 서로에게 바치는 사랑의 시인데, 교수는 너무 어리고 싱그러운 사람이 자기한테 다가오는 것이 사람이라면 저럴 리 없으니 귀신이다, 이렇게 생각해서 '귀신이 온다'라는 시를 쓰게 된 거고요. 학생이 쓴 시는 교수에게 바친 구구절절한 사랑 고백이라고 생각해요. 특히 나는 당신이 모르는 곳에 서 있다.’는 구절은 교수님은 내가 이러는 거 상상도 못하겠지? 왜냐하면 나도 상상 못했으니까’, 그런 느낌으로 썼을 거 같습니다.

 

김주리 : <보충수업> 이야기가 나온 김에, 사소한 질문이지만 제가 낙산공원 근처에서 학교를 다녔거든요. 근데 학생들 사이에 낙산공원에서 고백하면 다 이루어진다는 말이 있었어요. 그래서 저희 학교의 모든 CC들이 낙산공원에서 고백을 했던 일화가 있

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장소가 선택된 건가 이런 생각이 들었거든요.

 

장영선 : 그런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긴 합니다. 그래도 다른 작품에 비해서는 이 작품이 그나마 예산이 조금 있어서 우리 아름다운 데 가서 찍자, 서울에서 멀지 않고 또 야경이 보이는 곳으로 가자, 그래서 낙산공원을 대여해서 찍었거든요. 근데 그런 전설이 있었군요.

 

Q : 영화 제목들이 하나같이 흥미를 돋우는데요. 어떻게 그런 제목을 떠올리셨는지 제목을 짓는 데 영감을 받기도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장영선 : 제목도 역시 낚시 같은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물고기들이 볼 때 엄청 맛있어 보일 것 같은 거를 던진다는 마음으로 지어요. 열어보면 별거 없더라도 일단 열게 한다 이런 마음으로 제목을 짓고요. 사실 <보충수업>이라는 제목의 경우 제작사의 처음 반응이 뭔가 야동 같은 데에 나올 제목이라는 거예요. 그래서 보충수업으로 할지 말지 말이 되게 많았어요. 그래도 제작사에서 최종적으로 보충수업을 선택한 건, 그래서라도 클릭하는 사람이 있겠지 이런 마음이었던 것 같아요. 근데 클릭을 해보면 전혀 그렇지가 않잖아요. 시를 써버리니까. 그래서 약간 노이즈마케팅 같은데 라고 생각하긴 했어요. 어쨌든 제목이 재밌어 보여야 누군가 볼 테니까 신경을 많이 쓰고 있습니다.

 

김주리 : <보충수업>에서 재현이가 교수님께 핸드폰을 드리는데 스티치 스티커가 붙어 있잖아요. 저도 영화를 찍으려고 준비하다 보니 이런 사소한 소품 같은 걸 준비할 때 재미있으면서도 동시에 좀 귀찮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감독님께서 반드시 스티치 스티커를 붙여야 한다고 하신 건가요?

 

장영선 : , 아니요. 진짜 생각지 못했네요. 그냥 제가 갖고 있던 스티커 묶음을 배우한테 주고 네가 생각할 때 네가 박재현이면 어떻게 해서 교수님한테 주겠냐. 네가 붙여봐.” 했어요. 그분이 자기가 보기에는 교수님이랑 스티치가 닮은 것 같다고, 그래서 난 이걸로 할래요~” 이러면서 자기가 혼자 붙이던데. (웃음)

 

Q : 저는 <두 교수의 은밀한 만남>에 대해서 질문 드리고 싶어요. 제가 영상이나 촬영을 잘 모르지만, 두 배우가 난간에서 이렇게 얘기를 하는 장면을 멀리서 찍다가 갑자기 배우를 확 당가셔 클로즈업을 하더라고요. 혹시 그렇게 하신 이유가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장영선 : 배우가 하는 말에 주목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아마 했을 텐데요. 그때는 큰 포부로 12번 할 거니까, 우리가 그동안 해보고 싶었지만 저어했던 것들, 예를 들면 약간 이건 너무 홍상수 감독님 같나? 이래서 못했던 것들을 (일동 웃음) 그냥 지금 다 해보자 이런 마음이었어요. 물론 그것이 홍상수 감독님만의 무언가는 아닙니다만, 굉장히 클래식하고 고전적인 건데도 사실 지금은 거의 안 써요. 모두가 다 똑같은 감정-홍상수 감독님 같나?-을 다 느끼기 때문에 그런 게 아닐까 짐작하는데요. 저희도 마지막까지 고민했는데, 그래도 제가 촬영 감독님한테 시원하게 당기세요~”해서 찍은 거였어요.

 

김주리 : 감독님, 마지막으로 관객 여러분들에게 인사 말씀 부탁드립니다.

 

장영선 : 네 여러분. 이 영화들이 제가 알기로는 왓챠에 다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일요일에, 오후에, 극장까지 보러 와주셔서 정말 너무 감사합니다. 시간도 진짜 빨리 갔고, 재밌는 시간을 보내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하고요. 예전에는 이런 말 잘 안 드렸는데, 이제는 이 말을 꼭 드리고 싶어요. 앞으로 제가 어떤 작품을 내든 지켜봐 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김주리 : 주말에 귀한 발걸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감독님 그리고 관객 여러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