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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V 모먼트

<경아의 딸> 김정은 감독 / 2022.07.01.

<경아의 딸> 관객과의 대화 기록 2022.07.01.

참석 김정은 감독

진행 이재은 차방책방 대표

기록 정채연

 

이재은 : 저는 차방책방을 운영하고 있는 이재은이라고 하고요. 금요일 저녁에 <경아의 딸>을 보러 오오극장에 와주신 여러분 만나서 반갑습니다. 오늘 저희가 대면으로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정도의 인원과 거리인 것 같아서, 오픈 카톡방은 열지 않고 혹시나 질문이 있으시면 조금 이따가 질문하는 시간에 손을 들어주시거나 앉은 자리에서 얘기를 해 주시면 좋을 것 같고요. <경아의 딸> 김정은 감독님입니다.

 

김정은 : 안녕하세요. 저는 <경아의 딸> 연출한 김정은입니다. 반갑습니다.

 

이재은 : 개봉하고 2주 정도 지났죠.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첫 상영을 하셨고, cgv 아트하우스 배급지원상과 왓챠가 주목한 장편상을 받으셨어요. 또 아이치 국제 여성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선정이 되면서, 호평 속에 영화가 상영되고 있는데, 지금 어떻게 시간을 보내고 계시는지.

 

김정은 : 개봉하고 계속 gv 하면서 관객분들 만나고 있고, 또 인터뷰라든지 홍보 일정들 다니고 있습니다.

 

이재은 : gv나 홍보 일정 다니시면서 기억에 남는 관객 평이나 리뷰가 혹시 있을까요.

 

김정은 : 관객분들이 포스트잇에 평을 써서 남겨주시는 게 있었는데, 그중에 저도 연수입니다라고 써주신 관객분이 있더라고요. 또 그걸 작성한 분이 저한테 오셔서 제가 사실 연수와 비슷한 일을 작년에 겪어서 되게 힘든 시간을 보냈는데, 이 영화를 보고 용기를 얻었다. 그리고 본인도 이런 영화나 영상을 만들려고 하는 사람인데 원동력으로 삼고 자기도 작품을 만들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런 얘기를 해 주셨는데 그 말씀이 저한테도 굉장히 큰 힘이 됐어요. 영화를 만들면서 이 영화를 피해자분들이 어떻게 보실까 그게 가장 좀 걱정이 됐거든요. 그래서 가장 보람이 됐던 코멘트예요.

 

이재은 : 디지털 성범죄나 데이트 폭력을 다루는 매체들이 근래 조금씩 생겨나고 있는데요. 근데 이것을 모녀의 관계로 연결한 작업은 드물다고 생각하거든요. <경아의 딸>이 첫 장편 영화신데, 이 소재와 이 관계를 같이 가지고 와야겠다고 생각한 계기가 궁금합니다.

 

김정은 : 원래는 연수 혼자 주인공인 시나리오로 초고를 썼어요. 주인공 연수가 무용과 여대생인데 이런 일을 겪으면서 자신의 꿈이 좌절되는 이야기였는데, 이야기가 좀 피상적이고 일차원적으로 느껴져서 마음에 들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처음에 왜 이 소재를 영화로 만들고자 했을까, 내가 연수라면 이 일을 겪었을 때 가장 두려운 대상이 뭘까를 깊게 생각하다가 문득 엄마가 떠올랐어요. 그래서 왜 엄마일까? 딸한테 엄마는 서로 의지할 수 있는 가까운 존재잖아요. 그러다 이걸 모녀의 이야기로 풀어보면 많은 분들이 공감하면서 보실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이재은 : 저는 <경아의 딸>을 보면서 감독님이 세심한 연출자라는 생각을 했어요. 예를 들면 택시를 잡아주는 남자친구를 보면서 택시 아저씨가 되게 좋은 남자친구를 뒀다고 말하는 대사가 있잖아요. 이렇게 여성에게 통상적으로 주어진 인식을 곳곳에 배치해서 이게 불편할 수 있다는 시선을 좀 던져주신 부분도 그렇고, 또 폭력이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부분도 그렇고요. 그래서 장면을 구성하시는 데에 있어 어떤 부분을 고민하셨는지 궁금해요.

 

김정은 : 아무래도 엄마가 영상 메시지를 보는 장면을 어떻게 묘사할지를 가장 많이 고민했던 것 같아요. 왜냐하면 이런 영상을 받았다는 정보가 관객들한테 전달이 돼야 하는 건 맞는데, 그 이상 과도하게 자극적으로 재현하는 건 경계하려고 노력을 했거든요. 처음 영상을 엄마가 받는 순간 다음에 연수도 친구를 통해서 메시지를 받는 장면이나, 엄마 핸드폰에서 그 영상을 발견하는 장면에선 사운드를 소거했거든요. 이걸 두고 사실 후반 작업을 할 때 주변 스태프들이 이게 흐름상 소리가 나오는 게 자연스럽지 않냐, 주인공이 액팅을 하는데 소리가 안 나오는 게 이상하게 보인다, 그런 의견도 나왔어요. 근데 저는 관객분들이 소리가 나오지 않아도 연수가 어떤 영상을 발견했는지는 충분히 유추해낼 거라고 생각을 해서, 그걸 사운드든 영상이든 재현하지 않도록 연출을 했고요. 많은 관객분들이 그 부분을 보시고 이 감독이 세심하게 연출하려고 했다고 알아봐 주시는 것 같아서 저는 잘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이재은 : 배우님들 얘기를 안 드릴 수가 없는데요. 저는 두 배우가 고요한 얼굴로 단단한 연기를 해서 굉장히 인상적이라고 느꼈거든요. 두 분을 캐스팅하는 데 있어서 어떤 기준 같은 게 있었을까요?

 

김정은 : 두 역할 다 사실 좀 어려운 역할이라서. 연기력도 중요하지만, 배우 분들이 이 시나리오를 충분히 공감하고 같이 만들어 가실 의지가 있는 분을 찾는 게 어려웠던 것 같아요. 왜냐하면 연수 역할도 성폭력 피해자 역이다 보니, 20대 배우가 맡기에는 프레임이 괜히 쓰이는 것 같아서 소속사에서 꺼리는 분위기가 있었거든요. 경아 역할도 딸한테 큰 상처를 주는 거라 비호감으로 찍힐 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사실 같이 해줄 분을 우선적으로 찾았어요. 그래도 좀 배우가 갖고 있는 이미지가 좀 단단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말로 설명 안 해도 그냥 배우의 어떤 느낌에서 깊이가 느껴지면 좋겠다, 이런 생각을 막연하게 갖고 있었거든요. 경아 역의 정영 선배님은 <자유로>라는 단편에서 굉장히 인상 깊게 봤었고, 하윤경 배우는 여러분들이 <슬기로운 의사생활>로 많이 알고 계실 텐데 사실 그전부터 다양한 독립 영화나 매체에서 연기를 하셨거든요. 그래서 제가 컨택을 했는데, 다행히 두 분 다 역할에 공감을 많이 해주셨고, 이 영화에서 얘기하고자 하는 디지털 성범죄 문제에도 관심을 가지셨고, 같이 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주셔서 같이 하게 됐습니다.

 

이재은 : 전 두 분의 이미지가 저는 되게 비슷하다고 좀 느껴졌거든요. 그래서 약간 외모적인 부분도 신경을 쓰신 게 맞는지.

 

김정은 : 네 맞아요. 아무리 영화라도 너무 다르게 생기고 느낌이 다른데 간혹 이제 가족이라고 우길 때가 있잖아요. 저는 가족이라고 하면 관객분들이 봤을 때 가족이라고 믿을 만한, 한 가족 같은 느낌을 낼 수 있는 배우들로 조합을 하려고 하거든요. 특히 이 영화는 모녀가 핵심으로 이야기를 끌고 가는 영화라서 모녀가 서로 다른 듯 또 닮은 구석이 있는 느낌을 원했어요. 그래서 눈빛이나 풍겨오는 느낌이 닮은 배우를 캐스팅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이재은 : 촬영하면서 배우 분들과 의견을 많이 주고받았다는 인터뷰를 본 것 같은데, 혹시나 시나리오랑 애초에 달라진 부분이 있거나, 아니면 디렉팅을 주실 때 이 장면에서는 꼭 이렇게 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분명하게 전달했던 장면이 혹시 따로 있을까요.

 

김정은 : 연수가 엄마가 그 사실을 알았다는 걸 알고 엄마를 막 따라가잖아요. 그때 그냥 연수가 아이 같았으면 좋겠다, 7살짜리 아이가 엄마가 자기한테 화나서 저만치 걸어가는데 아이처럼 엄마 엄마 따라가는 그런 느낌을 원했어요. 그래서 윤경 배우한테도 이성적으로 엄마를 설득하기보다는 정말 그냥 꼬마 아이가 엄마한테 매달리듯이 걸어 달라고 그렇게 디렉팅을 했어요. 근데 저는 그 장면에서 윤경 배우 얼굴이 되게 아기 같다고 느꼈거든요. 충실히 연기를 해서 그런 걸 표현을 잘해주었던 것 같고요. 그리고 정영 선배님은 메시지 영상 받는 장면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 서로 의견이 달랐어요. 앞에서 경아는 사실 좀 푸근한 느낌이 있는 엄마인데, 저는 딱 그 영상을 받고 나서는 정말 얼굴이 변하면서 싸늘하게, 좀 묵직한 느낌을 주길 원했는데, 선배님은 어떤 엄마가 그러고 있겠냐, 나는 가만히 보고 있을 수 없을 것 같다, 이런 얘기를 해 주셨어요. 결국에는 각자 의견대로 다양한 버전으로 촬영을 했었는데, 편집 때 보니까 선배님 말이 맞았더라고요. 확실히 감독들이 머릿속으로 그리고 시나리오로 표현하는 거랑, 배우가 실제로 그 역할로 살면서 표현하고 반응하는 건 다르구나, 또 그걸 믿고 가야 된다는 걸 한 번 더 느꼈어요.

 

이재은 : 저는 좀 기억에 남는 장면이, 연수가 사적 영상이 유포된 후에 이사를 가잖아요. 근데 밥을 시켜 먹고 예능을 보고 화장실 청소를 하는 이런 장면들이, 사실은 되게 우리가 여태까지 생각했던 어떤 피해자의 전형이라고 해야 될까요. 그 전형에서 좀 벗어나서 일상을 살아가려는 의지를 가진 모습으로 보여서 그 장면이 되게 고마웠거든요. 그런 맥락에서, 취재를 하는 과정에서 감독님이 생각하셨던 시나리오의 방향과 달라졌던 점들이 분명하게 있을 것 같은데요.

 

김정은 : 아까 말씀드린 무용과 여대생 시나리오는 말씀하신 대로 피해자의 어떤 전형적인 모습으로만 채워져서 사실은 저도 답답했거든요. 그러다 피해자분들을 돕는 한국 사이버 성폭력 대응 센터에서 활동한 분들을 찾아가서 자문을 구했어요. 제가 이런 영화를 만들려고 하는데 기존의 피해자 기존의 영화들이 피해자를 다루던 방식에서 벗어나서 좀 더 입체적으로 그리고 싶다고 말씀을 드렸어요. 제가 피해자분을 만나는 것 또한 나중에는 상처가 될 것 같다는 생각에 만날 수는 없고, 근데 내밀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요. 그래서 피해자분들이 여기 오실 때 특징이 있냐, 그분들의 삶은 어떠냐, 학교나 일을 그만두시기도 하냐, 여기 오실 때 좀 모자를 쓰고 오시는 편이냐, 그런 구체적인 모습까지 여쭤봤어요. 근데 그때도 제가 편견에 사로잡혀 있던 거죠. 그러니까 그분이 특별히 모자 안 쓰고 오신다, 그리고 유포가 돼도 학교생활과 직장생활을 잘하시는 분도 계신다고 하셨어요. 그리고 이건 특별한 누군가가 당하는 일이 아니고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니까, 만약에 감독님이 이런 일을 겪게 된다면 어떻게 대처하고 살아갈지 상상해서 써보시는 게 좋을 것 같다, 이런 코멘트를 주셔서 그때 처음으로 내가 피해자라면 어떨까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그랬을 때 물론 고통스럽지만 사람이 24시간 고통스럽기만 한 건 아니잖아요. 영화 속 연수처럼 어떨 땐 시답지 않은 영상을 보면서 웃기도 하고, 또 배고프면 밥을 먹기도 하는 다양한 순간들이 있을 테니까요. 근데 워낙 미디어에서는 피해자가 겪는 고통만 부각을 하니까, 피해자들이 고통스러워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면 별로 안 힘드네 이렇게만 이제 생각을 한다든지.

 

이재은 : 그렇죠, sns에 게시물이 하나 올라오면 너 좀 살 만하네?” 이런 반응도 있다더라고요.

 

김정은 : 그런 걸 보면 피해자분이 일상을 되찾지 말고 행복하게 살지 말라는 건가, 평생 고통 속에서만 살라는 건가 이런 생각이 들잖아요. 그래서 이 영화에서 연수가 일상을 살아가는 다양한 모습을, 그래도 살려고 하는 순간들을 좀 넣으려고 했던 것 같아요.

 

이재은 : 그런 와중에도 계속해서 피해 사실들이 곳곳에 현실로 받아들여지는 장면까지 연출을 하셨어요. 예를 들면 그렇게 영상을 보다가 인터넷 장의사에게서 "계약을 연장하시겠어요?" 전화를 받는 이런 장면들이 교차해서 보이잖아요. 일상으로 돌아가려는 노력 의지와 피해 사실이 아직 나에게 남아 있다는 사실을 교차해서 보여주셔서, 감독님처럼 다정하고 세심한 연출자에게서 이런 영화가 나온 게 참 감사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영화를 봤어요.

 

이재은 : 저는 책방을 운영하다 보니까 책에서 사람 이름을 보게 되는 경우가 되게 많거든요. 근데 80년대 어디의 책들을 보면 경아라는 이름이 여성을 대상화할 때 자주 쓰이더라고요. 그래서 경아라는 이름 자체를 이렇게 부여한 이유가 좀 궁금하더라고요.

 

김정은 : 말씀하신 것처럼 7~80년대 한국 영화에서 특히 호스티스 여성으로 경아라는 이름이 자주 등장을 했어요. 경아라는 이름이 구시대적인 사상에 젖어서 남성들의 판타지 속 순수의 결정체 같은 대상으로 많이 등장했고, 그래서 결국 비극적인 숙명을 맞는 여성들을 대표하는 이름으로 많이 불렸었어요. 영화 속 경아가 이것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는 캐릭터죠. 되게 감상적이고 구시대적인 가치관, 딸한테 정조를 강요하는 그런 가치관을 갖고 있는 여성인데 제목이 <경아의 딸>이잖아요. 전 그다음 세대 여성들에 대한 질문을 같이 하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현재 다음 세대 여성들은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그리고 그러한 가치가 여전히 대물림되고 있는 것도 같이 짚어볼 수 있는 그런 이름인 것 같아서 이름을 사실 상징적으로 쓰긴 했어요. 그래서 결국 누구의 딸 누구의 딸로 이렇게 계속해서 이 질문이 던져지기를 원해요.

 

이재은 : 관객분들, 질문이 아니더라도 어떻게 보셨는지 이야기 남겨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Q : 보는 동안 남자는 전부 힘든 존재인 거예요. 경아가 보살피는 것도 남자고, 연수의 이야기를 친구에게 전하는 것도 남자고, 유포한 사람도 남자고, 근데 마지막에 형을 선고하는 것도 남자인 거예요. 그런 게 약간 서글프다고 해야 할까요. 그래서 영화를 보면서 언젠가 남자가 옆에서 도움을 주는 사람으로 묘사되는 현실이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김정은 : 말씀하신 대로 이 영화에서 남성은 가해자 아니면 방관자잖아요. 근데 원래 남성 조력자 캐릭터가 있긴 했어요. 친한 남자 교사인데 그 영상을 받고도 모른 척해 주고 나중에 연대도 하는 그런 캐릭터였어요. 근데 연수의 전 남자친구가 그 남자 교사와 연수와의 관계를 의심해서 영상을 유포하는 설정이 있었거든요. 처음에 카페에서 연수와 전남자친구가 만날 때 너 그 새끼 때문이야?” 이런 것도 있었는데, 전 이들이 헤어진 이유를 영화에서 드러내고 싶지 않았어요. 좀 위험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마치 연수한테 귀책 사유가 혹시라도 있는 것처럼 보일까 봐서요. 당연히 그렇게 하는 남자가 잘못된 건데 헤어짐의 이유를 하나라도 던져주면 안 되겠다고 편집 감독님이랑 의견이 모여서 그 남자 캐릭터를 들어낸 거죠. 그래서 저도 사실 그 부분이 제일 아쉬워요. 사실 남성들도 같이 연대하고 이 문제에 같이 경각심을 가져야 하잖아요. 그래서 일부러 넣었던 건데 빼내게 돼서.

 

Q : 인디 영화들은 대사가 잘 안 들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 영화는 되게 잘 들렸거든요. 후시녹음을 하신 건지 아니면 그냥 녹음을 했는데 배우들이 딕션이 좋아서 그런 건지 궁금합니다.

 

김정은 : 삼박자가 맞았던 것 같습니다. 일단 배우분들 딕션이 좋고 또 동시 기사님이 뛰어나시고, 그리고 소리가 안 따진 거는 후시를 하기도 했어요. 특히 부둣가 장면은 진짜 공장 지대에 있는 바닷가라 소음이 너무 심해서 감정 씬인데도 후시를 다시 했어요. 공들였는데 알아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재은 : 공들이지 않은 부분이 없으신 것 같아요. 사실 저는 조명에 감동받으면서 봤거든요. 얼굴이 클로즈업된 장면이 많은데 그때마다 빛을 사용하시는 게 얼굴에서 감정들이 더 잘 두드러지게 조명을 사용하신 게 아닐까 생각하면서 봤었어요.

 

Q : 제일 처음 영상을 받았던 연수 친구가 미안하다고 하잖아요. “이 사실을 아예 몰랐으면 차라리 힘들지 않았을 텐데라고 얘기를 하는데요. 그 캐릭터를 넣은 이유가 궁금합니다.

 

김정은 : 취재를 할 때 그런 분들이 많다고 들었어요. 피해 지역 센터에 전화가 오는데 그중에 피해 당사자분이 아니고 유포된 걸 지인이 발견해서 제가 친구 영상을 우연히 발견했는데 이걸 친구한테 도저히 못 알리겠으니 그냥 모르게 지워달라그런 연락이 많이 온대요. 근데 활동한 분도 딜레마이기는 하지만 결국에는 피해 당사자가 본인이 이런 피해를 당한 거를 알아야 한다고, 알려야 한다고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그러다 그 친구 역할을 넣게 된 것 같아요.

사실 저희가 지금 길 가다 이유 없이 사람이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그런 공포가 일상에 만연한 시대에 살고 있는 것 같아요. 이 영화가 직접적으로 공포를 자세히 묘사하고 있진 않지만, 관객분들이 이 영화가 공포스럽다는 얘기를 많이 해주셨어요. 특히 여성들이 그런 공포를 공유하기 때문에 그런 코멘트가 많이 나온 것 같아요.

 

이재은 : 아까 여기 들어오기 전에 감독님이랑 잠깐 얘기를 나눴는데, 강아지를 산책시키는데 입마개를 하지 않은 강아지가 저 앞에서 온다고 해서 내 강아지를 들어 올릴 것인가 아니면 내 강아지에게 저 강아지가 나오지 않는 시간에 나갈 것인가, 우리가 이걸 피한다고 피해지는 일인가 이런 이야기였어요. 근데 생각을 해보면 어떤 공포나 두려움의 존재들이 주변에 있고 없고의 문제라기보다는 그걸 우리는 피해서 살아갈 수 없는 존재가 돼버린 거죠. 사회가. 네 그렇다면 아까 얘기하신 것처럼 이 삶을 살아가는 존재로 살아갈 뿐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재은 : 마지막 질문인데요. 감독님께 엄마란 어떤 존재인지 여쭤보면서 gv 마무리할까 합니다.

 

김정은 : 이 영화에서 사실 연수의 관점이랑 비슷한 것 같아요. 이해하고 싶은데 또 이해하기 어렵기도 하고, 사랑하지만 또 미운 순간이 있고. 그런 존재인 것 같아요.

 

이재은 : 오늘 늦은 시간까지 지켜주시고 영화 같이 봐주시고 이야기 나눠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김정은 : 평일 저녁 늦게까지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조심히 들어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