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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V 모먼트

<낮에는 덥고 밤에는 춥고> 박송열 감독, 원향라 배우 / 2022.05.28

<낮에는 덥고 밤에는 춥고> 관객과의 대화 기록  2022.05.28

참석 박송열 감독, 원향라 배우

진행 류승원 모더레이터
기록 정채연

 

류승원 : 네 안녕하세요. 이번 <낮에는 덥고 밤에는 춥고> GV를 맡게 된 관객 프로그래머 류승원이라고 합니다.

 

박송열 : 안녕하십니까. <낮에는 덥고 밤에는 춥고> 연출한 박송열입니다. 반갑습니다.

 

원향라 : 안녕하세요, 저는 <낮에는 덥고 밤에는 춥고>에서 정희 역할을 연기한 배우 원향라라고 합니다.

 

류승원 : 관객 분들께서 질문이나 영화에 대해서 조금 생각을 정리하시는 동안 제가 먼저 간단한 질문 몇 가지로 이번 GV를 시작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두 분께 이 영화를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는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박송열 : 사실 전작 <가끔 구름>이 제 첫 작품이었는데요. 그 이후로도 계속 영화를 찍고 싶다는 마음은 있었어요. 그런데 영화를 만드는 전통적인 방식, 그러니까 제작 지원도 받고 투자도 받는 이런 시스템이 저한테는 벽처럼 느껴졌어요. 그래서 이것 말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작업 방식으로 해보자 하는 마음으로 만든 게 전작인 <가끔 구름>이었습니다. 그 이후로도 나름대로 전통적 작업 방식에 대해 고민했지만 여전히 크게 달라진 게 없었어요. 그렇다면 경험치도 있고 자신감도 생겼으니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다시 한 번 더 제작해 보면 좋겠다 싶었어요. 그렇게 제작 방식이 먼저 정해졌고요. 이 방식이 어울리려면 이야기는 미니멀하고 일상적인 내용이어야겠다, 그런 영화를 만들자는 생각으로 시작을 하게 됐습니다.

 

원향라 : 사실 첫 번째 작품을 찍고 나서 좀 힘들었거든요. 그런데 이게 시간이 지나니까 잊혀지더라구요. 저는 박송열 감독을 응원하는 팬이기도 해서 두 번째 작품을 찍자고 했을 때 동의하고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류승원 : 엔딩크레딧을 보니 박송열 감독님과 원향라 배우님 두 분이 각본을 함께 쓰셨던데, 어떤 식으로 각본을 쓰시고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셨는지 궁금합니다.

 

박송열 : 전체적인 1차 초안은 제가 부부의 이야기로 만들었어요. 초안을 다 썼을 땐 대사가 구체적으로 다 쓰여 있었던 건 아니고, 어떠어떠한 대화를 나눈다 이 정도였어요. 그 시나리오로 일단 촬영을 시작한 거죠. 그래서 어떤 장면을 찍기 전에 그 장면의 등장인물이 나눌 법한 대화에 어떤 말투를 쓸까 어떤 단어를 쓸까 하는 것들을 같이 수정해 나가는 방식으로 작업을 했어요. 파트를 나눈다기보다 전체적인 과정을 함께한 거죠. 그렇지만 아무래도 정희의 내면은 정희 역할을 맡은 원향라 씨가 좀 중점적으로 써 내려갔고, 또 저 역시 제가 가진 내면으로부터 영태의 대사나 감정 표현을 써가면서 그렇게 촬영을 했었습니다.

 

Q : 정희가 항상 우산을 들고 다니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원향라 : 사실 여기저기 다니면서 그 질문이 꼭 나왔었는데요. 이 영화가 사실 되게 미니멀한 영화라 캐릭터의 성격을 너무 많이 보여주면 인물이 너무 꺼져서 이야기가 들어오지 않을 거 같더라고요. 그래서 외적인 걸로 좀 성격을 보여주자 한 거죠. 정희는 비가 오나 오지 않으나 우산을 늘 들고 다녀요. 그게 비가 오지 않아도 0.1%의 확률 때문에 우산을 들고 다니는 정희의 강박적인 성격을 보여주는 장치인 거죠.

 

Q : 영태가 면접을 보러 갔었는데 면접관이 마음에 안 든 상태로 면접을 마치고 나와서 걸어가는 장면, 그러니까 면접 바로 다음 장면만 유일하게 흑백으로 표현하셨더라고요. 그 부분만 그렇게 연출하신 이유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박송열 : 그 장면은 정확히는 흑백은 아니었고 톤이 좀 달라져요. 앵글을 잡아놓고 이제 인물이 거기 그냥 지나가는 장면을 한 컷으로 찍으려고 딱 보니까, 강물에 있는 모래톱 같은 이미지가 같이 있거든요. 그럼 인물이 심정상 사막을 지나는 그런 느낌을 주면 좋겠다 싶어서, 전체적인 톤에서는 좀 벗어나더라도 그 장면만큼은 그런 감정 표현을 하고 싶어서 그렇게 톤에 약간 변형을 줬습니다.

 

Q : 감독님이 이 영화를 만들 때 일상을 미니멀하게 구현하는 데 초점을 두셨다고 하셨는데요. 저는 가난이라는 사회적인 문제를 이 영화의 주제로 봤는데, 그렇다면 이 주제와 감독님의 초점은 조금 다르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감독님이 관객들이 좀 더 알아줬으면 좋겠다 싶은 게 있을까요?

 

박송열 : 제가 어떤 사회적인 문제 의식을 갖고 출발한 건 아니었어요. 단지 저는 그냥 영화를 찍고 싶어서, 저희가 가진 환경 안에서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 보니까 일상적인 부부의 이야기를 떠올린 거예요. 영화 보시고 어떤 분은 가난한 부부의 이야기인데 집은 왜 이렇게 넓냐 이런 말씀도 하셨고요. 사실 저는 결말에서 부부 각자가 처한 괴로움을 어떻게 벗어나는지를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예를 들어서 결말에서 영태가 차를 부술 마음으로 갔다가 돌아서잖아요. 사실 시나리오에는 영태가 타이어 바람이라도 빼면 어떨까 정도까지는 묘사를 했었거든요. 그런데 계속 고민하다가 찍으면서 아니다, 영태라면 돌아서겠다 싶었어요. 차를 부수면 돈으로 물어줘야 하고, 그게 굉장히 손해니까 오히려 자기 자신이 더 망가지는 그런 마음이었을 것 같다, 돈이 없는 영태라면 돌아서는 게 자기한테 훨씬 합리적인 선택이지 않을까 해서. 결국 영태가 자동차를 망가뜨리지 않기로 마음먹고 돌아섬으로써 스스로를 구원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류승원 : 오픈채팅방을 통해서도 관객들의 질문이 올라오고 있는데요, 그것도 궁금하신 것 같아요. 제목이 왜 <낮에는 덥고 밤에는 춥고>인지.

 

박송열 : 전작인 <가끔 구름>도 날씨의 표현이었거든요. 그래서 거기서 좀 연장선상으로 제목을 가져가 보자 생각을 했었습니다. 이 인물들이 처한 상황,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에 단순하게 빗대서 낮에는 덥고 밤에는 추우면 옷 입는 것부터 어쩌라는 것이냐 이런 느낌이 있어서, 단순하게 그렇게 가져왔던 것 같습니다.

 

류승원 : 제목이 저는 약간 푸념 같이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원향라 배우님께 제가 한 가지 질문을 드리고 싶은데요. 순간순간 집중을 하면서 연기하셨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독백 장면이 되게 어려웠을 것 같은데 어떻게 준비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원향라 : 일단 장면을 3가지 버전으로 준비했었습니다. 이거는 그냥 연결할 때 제 방법인데, 가장 많이 표현을 하면 오히려 누를 수 있는 걸 더 빨리 누를 수 있어서, 첫 번째로 찍었을 때는 가장 많이 표현하고 드러내고 울고 이렇게 찍었고요. 두 번째는 좀 서러움을 누르면서 두 번째를 찍었고, 그다음 세 번째는 더 누르고 이렇게 찍었는데요.

아마 최종 사용된 건 두 번째쯤 됐을 거예요. 버전을 한 3개 정도를 만들어서 표현을 다르게 연기했습니다.

 

Q : 이 영화는 가난한 일상을 다루는 영화인데 누굴 탓하거나 해결책을 제시하는 게 아니라, 그 답답함을 담담하게 표현하고 또 그래도 살아가게 하는 그런 작은 힘듦 같은 걸 잘 보여주는 것 같았어요. 그런데 이 캐릭터들에게 구체적인 정보들을 많이 알려주지는 않잖아요. 그래서 영화에 표현되지 않았지만 생각해 두신 설정이 궁금합니다.

 

박송열 : 많은 관객들이 이 영화를 가난한 부부의 이야기로 이렇게 얘기를 하시지만, 사실 제가 이 영화 작업을 처음 시작했을 때는 가난을 크게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러니까 가난이라고 하면 이미지가 너무 크잖아요. 마치 아주 작은 쪽방에서 어렵게 살아가는 그런 큰 이미지가 들어오면 이 영화를 보는 데 방해가 된다고 생각했거든요. 오히려 그냥 이 부부가 어쩔 때는 이 일을 하다가 다른 일도 좀 하다가 이런 불안정한 직업군을 가진 상을 막연하게 떠올렸었고요. 다만 이 영화에서 그리고자 했던 거는 경제적으로 조금 쪼들리는 형편이지만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는 그런 부부, 저는 그 정도로 좀 떠올리면서 영화 작업을 했었어요.

 

Q : 등장인물들을 움직이는 게 돈인데, 돈과 관련해서 주인공에게 동기를 제공해 주는 인물을 꼽는다면 명수와 미선일 텐데요. 명수는 모습이 보이는데 미선은 왜 전화상으로만, 목소리로만 등장하는지 궁금하고요. 또 생각할수록 미선이라는 인물이 생각할수록 좀 튀고 예측이 안 된다는 느낌이 들어요. 어쨌든 정희의 절친인 것 같은데 정희에게 사채를 권하다가도, 노동의 대가는 아주 단호하게 받아야 된다고 하고, 또 영화 속 대사를 얼핏 들어보면 주변의 평가가 좋은 것 같지는 않아서 미선이 어떤 사람일까 궁금하더라고요. 감독님 개인적으로 상정하신 미선이라는 캐릭터에 대한 보충 설명이 듣고 싶습니다.

 

박송열 : 먼저 목소리만 등장을 시켰던 이유는, 미선이라는 인물이 조연처럼 나오면 오히려 더 작아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미선이라는 인물의 존재는 정희라는 인물에게 좀 중요한 역할이었기 때문에, 목소리만 등장시킴으로써 정희라는 인물을 오히려 더 좀 캐릭터화시키는 데 더 크게 좀 작용할 것 같다 싶어서 결국엔 목소리로만 등장을 시켰고요. 또 미선에 대한 제 생각은, 정희는 미선을 절친으로 생각할 수 있는데, 미선은 정희를 그냥 절친으로 생각을 안 할 수도 있겠다, 저는 그런 생각을 한번 했었던 것 같고요.

 

원향라 : 첨언을 하자면 미선이라는 역할이 정희랑 성격이 완전 다르기 때문에 정희가 더 믿고 더 의지하는 것처럼 보이려고 박송열 감독이 만들었었고요. 그리고 미선이 정희보다 동생인데도 불구하고 혼낼 때는 막 혼내고 하잖아요. 이건 그냥 비하인드인데, 그 미선이라는 역할을 어떤 배우에게 맡길까 고민을 하다가 저희 친언니가 저 연기를 했거든요. 친언니가 그 역할을 맡으면 미선이가 그렇게 보이겠다 싶었거든요.

류승원 : 이제 마지막 질문입니다. 앞으로도 두 분이 같이 하는 이런 형태의 영화를 계속 만드실 생각이 있으신가요?

 

박송열 : 그냥 병행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제작 지원을 받아서 촬영감독도 구하고 다른 배우들도 구하고 그렇게 스텝을 꾸려가면서 좀 규모가 있는 그런 작업도 해보고 싶어요. 그런데 또 영화 작업을 계속하고 싶은 마음이 있기 때문에 여차 하면 이런 비슷한 방식으로 또 작업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류승원 : GV를 마치면서 간단하게 오늘 임하신 소감 부탁드립니다.

 

박송열 : 이렇게 객석과 가까운 극장은 처음인 것 같습니다. 아는 얼굴도 많고 해서 오늘 너무 반가운 마음으로 왔고요. 또 이렇게 같이 봐주셔서, 또 이야기 나눠서 굉장히 영광입니다, 감사합니다.

 

원향라 : 오늘 GV 하는데 되게 열정적으로 질문도 해 주시고, 또 끝까지 앉아서 얘기 들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너무 감사드리고 반가웠습니다.

 

류승원 : 오오극장에서 다시 만날 날을 기대하면서 이상 GV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