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미 단편전> 관객과의 대화 기록 2022.06.26
참석 장윤미 감독
진행 금동현 모더레이터
기록 정채연
금동현 : 안녕하세요. 이번 <장윤미 단편전> GV를 진행할 관객 프로그래머 금동현입니다.
장윤미 : 오늘 보신 <콘크리트의 불안>, <고양이는 자는 척을 할까>, <어떤 곳을 중심으로 하여 가까운 곳> 3편의 단편을 만든 장윤미라고 합니다.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금동현 : 저는 장윤미 감독님의 작품을 6년 동안 되게 흥미롭게 보고 있는데요. 그 이유는 장윤미 감독님의 스타일, 그러니까 작품들을 하나의 감독의 영화로 만드는 공통된 양식이 굉장히 모호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감독님 영화의 형식이 감독님의 의지가 아니라 감독님이 촬영하는 대상에 의해서 구성되기 때문이라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저는 이러한 맥락에서 감독님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가장 동시대성을 가지고 있는 감독이라고 생각해요. 이런 차원에서 드리는 질문인데, 이번 기획전을 상영한 작품 3편 그러니까 <콘크리트의 불안>, <고양이는 자는 척을 할까>, <어떤 곳을 중심으로 하여 가까운 곳>, 이 세 작품의 공통점은 영화의 구심점이 건축물, 동물, 시간 등 인간이 아니라는 점에 있는 것 같거든요. 또 오늘 상영한 3편의 작품이 감독님의 다른 작품에 비해서 조금 더 형식성이 두드러진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런 맥락에서 감독님이 비인간 존재를 촬영할 때 어떤 생각을 하시는지를 묻고 싶었습니다.
장윤미 : 말하신 대로 요 세 단편은 찍는 피사체가 되게 중요했고, 형식적으로도 좀 더 하고 싶은 대로 한 것 같아요. <깃발, 창공, 파티>는 새로운 형식을 고민하진 않았고요. 저는 흔히 인서트라고 하는, 어떤 장면과 장면 사이에 들어가는 숏들이 소비되는 느낌이 싫었어요. 주로 인서트에 들어가는 것들이 풍경이나 건물 같은 비인간이기도 하고요. 그런 고민을 하면서 작업한 것 중에 하나가 <고양이는 자는 척을 할까>였어요. 인서트를 사전에 검색해보니까 ‘사이에 들어간다’는 뜻이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제가 찍은 이미지를 나열해놓고, 1번과 2번 사이에 3번 이미지를 넣고 1번과 3번 사이에 4번 이미지를 넣는 식으로 편집했어요. 그걸 자연스러운 나름의 스토리를 만들기 위해서 글을 썼고요. 저는 원래 방송국 일을 했었는데 그때 “이 장면과 이 장면이 안 붙으니까 인서트 하나 찍어와” 했던 게 되게 기억에 남았고 그걸 별로 좋아하진 않았어요. 이미지 사이에도 위계가 있다는 게 싫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조금 더 평등하게 이미지를 다뤄보고 싶다는 생각에 정말 실험적으로 한번 해본 작업입니다.
그리고 인간 아닌 존재는 원래 관심이 많았는데, 최근에 더 많아져서요. 전 처음에 다큐멘터리를 하게 된 게, 막연히 좀 거창하긴 하지만 고통에 관심이 많아서 작업을 시작했던 것 같아요. 소외되고 고통받는 존재들에 관심은 늘 있었는데 그게 또 점점 또 비인간 존재들로 이어져 가는 것 같습니다.
금동현 : 네, 관객석에 질문 있으면 받도록 하겠습니다. 없으시면 제가 계속 하면 되는데 제가 준비해 온 것까지 감독님께서 답변을 해주셔서. 하하.
예전에 <깃발, 창공, 파티> gv 기록을 봤었는데, 그 작품 중간중간에 인서트 숏이라고 부르는 것들이 많이 들어가잖아요. 그때 감독님이 “그런 것들을 일상적으로 되게 자주 찍어둔다”는 답변을 했던 걸로 기억을 하는데요. 그래서 감독님은 왜 당장에 사용 가치가 없으리라 느껴지는 영상물들을 촬영을 하셨는지 조금 궁금하더라고요. 또 그러한 촬영물들이 <고양이는 자는 척을 할까>의 재료가 되었다면 그것이 왜 하필 <고양이는 자는 척을 할까>로 회집 되었는지도 궁금했어요.
장윤미 : 다른 작업들은 그렇게 하지 않는데 이 작품은 그렇게 했던 거예요. 제가 여행 가서 찍은 영상들이었는데, 어떤 쓰임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찍은 건 아니었고요. 그러다 이런 형식을 한번 해보고 싶어서 가져온 것들이 묶여 있는 거예요. 또 원래 고양이들이 자는 척을 잘 한다는 건 알았지만, 그냥 아침에 딱 깼을 때 제 반려 고양이가 저를 잠깐 쳐다보고 말았던 모습이 인상에 남았어요. 그런 상황에서 꿈이나 여행의 유사성으로 한번 엮어볼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여행이고, 그 여행이 조금 꿈과도 같고, 근데 자다 깼을 때 고양이의 잠과 나의 잠은 뭐고 얘가 꾸는 꿈이랑 내가 꾸는 꿈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이런 것들이 다 섞여서 그런 작업이 나왔어요.
금동현 : 알겠습니다. 카톡방에 질문이 올라왔네요. “장윤미 감독님의 영화를 오늘 처음 접한 관객입니다. 첫 번째 단편에 등장한 스카이 아파트가 철거되기 직전 저도 다녀온 적이 있어, 잊고 있던 장소가 등장해 무척 반가웠습니다. 이곳에 주목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그리고 같이 읽어도 될 것 같은데 “<콘크리트의 불안> 엔딩 크레딧에 감사를 표하신 스카이 아파트 5동 208호 노복순 할머니께서는 혹시 어떤 도움을 주신 건가요?”
장윤미 : 네. 스카이 아파트는 굉장히 많이 낡았고, 영화에도 가끔 어두침침한 풍경이나 범죄 현장 같은 곳으로 자주 등장해요. 그래서 주민분들이 낯선 사람이 오는 것을 되게 싫어하셨어요. 그런데 그중에 5동의 노복순 할머니는 그냥 이유 없이 저를 환대해 주셨어요. 그리고 원래는 스카이 아파트 내부 구조도 기록하려고 했어요. 60년대 말에 지어져서 화장실이 가운데 있다거나 하는, 되게 건축적으로도 되게 특이한 게 많았거든요. 그래서 할머니 댁에서 내부를 찍기도 하고, 주로 같이 뭘 먹으면서 얘기를 나누기도 하고, 할머니도 혼자 사시다 보니까 같이 재밌게 놀았던 것 같아요. 만약 그 할머니가 없었더라면 저는 그 아파트를 넘는 게 되게 힘들었을 것 같아요. 다른 현장도 그렇지만,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다큐를 찍고 싶긴 한데 가기 싫은 마음이 항상 있거든요. 그런 제가 문턱을 조금 더 편하게 넘게 해주는 존재들이 항상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다큐멘터리도 계속 찍을 수 있었던 것 같고. 그래서 되게 고마운 할머니고요.
그리고 제가 처음 스카이 아파트를 알게 된 것은 제가 인권단체에서 자원 활동을 하면서예요. 스카이 아파트에서 떨어진 콘크리트 조각에 근처에 등교하던 학생들이 맞으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거든요. 그때 주민분들이 생존권 얘기를 하면서 구청 가서 항의할 때 같이 따라가고. 그러다가 10년이 지나서 우연히 기사를 봤는데, 이 아파트가 아직도 그대로 있는 거예요. 근데 그때는 사람이 안 보이고 좀 건물이 보였어요. 이 건물은 그래도 빨리 좀 허물어지고 싶지 않을까, 되게 불안한 상태에 있는 것 같은데, 이 건물을 찍어보고 싶다고 생각을 해서 찍게 된 작업물입니다.
금동현 : 이건 아까 다시 보면서 든 생각인데요. 질문을 준비해 온 건 아니라서 좀 횡설수설 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어떤 곳을 중심으로 하여 가까운 곳> 영화가 컴퓨터 화면 로드뷰로 시작하는데, 그때 들리는 소리는 또 현장의 소리잖아요. 저는 두 가지가 되게 이질적으로 느껴졌단 말이에요. 그러니까 이미지, 나타나고 있는 건 로드뷰니까 이게 과거에 속한다는 걸 관객이 분명히 알잖아요. 근데 소리는, 물론 그것도 음질의 저하 등 여러 장치로 과거의 것으로 회수할 수 있지만, 당장 들릴 때는 그냥 현장의 의미잖아요. 그러니까 화면에 보여주고 있는 것은 과거의 것인데 들리고 있는 건 되게 현재의 것인 거죠. 그래서 왜 이렇게 하셨을까 하는 생각이 갑자기 들더라고요.
장윤미 : 특별한 의도는 없었고, 아무 소리도 없는 것보다 소리가 있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영화에 로드뷰 이미지들이 많이 쓰이는데, 그것 때문에 너무 컴퓨터 안에서 진행되는 작품처럼 안 느껴지게 하려던 것도 있는 것 같아요. 현장감을 주고 싶었던 것 같네요.
근데 형식을 얘기해 주시긴 했는데, 이 작업 같은 경우는 형식을 고민한 건 아니고요. 정말 오로지 비인간 존재인데 제가 관계가 있었던 그런 존재, 한 동물을 애도하고 싶다고 생각하다 보니 그런 형식이 나온 것 같아요. 형식이 아니라 오히려 그 대상이 너무 중요했어요.
금동현 : 네 알겠습니다. 카톡방에 질문이 올라와서 바로 읽도록 하겠습니다.
“장윤미 감독님의 단편 세 작품 모두 좋았습니다. 그중에서도 <고양이는 자는 척을 할까>가 매우 실험적인 작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어두운 방 안의 고양이와 나는 현실, 수평적으로 엮은 여행의 모습들은 꿈을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또 장면의 반복과 자유로운 이미지의 중첩은 꿈과 현실의 경계를 보여주는 것 같았는데, 작가님이 작품에서 꿈을 활용하는 방식이 따로 있으신가요?” 그리고 두 번째 질문은 “<어떤 곳을 중심으로 하여 가까운 곳> 마지막 부분에 각기 다른 숏들을 겹쳐 연출하신 특별한 의도가 있으신가요? 언급한 연출이 너무 좋아서 여쭤봅니다. 너무 좋아요...”
장윤미 : 질문 주신 연출의 의도는 되게 단순했어요. 무수한 존재들을, 우리 주변 동네에 있지만 잘 눈에 보이지 않는 그런 존재들을 연결하고 싶어서 되게 단순하게 연출한 부분이에요. 좋게 봐주셔서 감사해요. 저도 느낌이 좋아서, 끝까지 겹칠 수 있는 데까지 겹쳐보자는 생각으로 층을 엄청 많이 쌓아서 편집을 했던 작업입니다. 그리고 어쨌든 현대 사회에서 이제 많은 동물들이 연민의 대상이 되기 쉬운데, 그걸 비판할 지점도 있고 또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경우도 있지만 정확하게 이제 포인핸드라는, 유기 동물들이 올라오는 이미지를 그 장면 끝에 꼭 넣고 싶었고요.
그리고 꿈은, 저는 꿈을 활용한다기보다 그냥 꿈꾸는 것과 꿈을 기록하는 걸 되게 좋아하는 편이에요. 근데 지금까지 작업에서 꿈을 활용해본 적은 없었고, 이 작업이 처음이었어요. 당시에 버스 회차지에 가는 꿈을 계속 꾸고 있었거든요. 거기가 버스들이 잠깐 들렀다가 계속 돌아 나오는 곳이잖아요. 그게 이 전반적인 형식과 어울린다고 생각을 했어요. 또 이 영화의 큰 형식 자체가 1번과 2번 사이의 이미지에 다른 이미지를 계속 넣는 형식이었기 때문에, 크게 원을 그리는 머릿속의 이미지를 생각했고, 그게 제가 자주 꾸는 버스 회차지와 비슷하다고 생각해서 꿈을 활용했습니다. 그리고 이 꿈 안에서 제가 문장을 약간 바꿔서 쓴 게 있어요. 제가 기억이 정확히는 안 나는데 “자주 들르는 회차지‘가’ 있다”라고 썼다가 마지막에는 “회차지‘에’ 있다”로 바꿔요. 그게 제 나름대로는 차이를 준 건데, 거기에서 여전히 꿈속인지 아닌지 좀 헷갈리게 하고 싶다는 그런 의도가 있었어요.
금동현 : 질문이 올라와서 질문을 읽겠습니다. “오늘 단편전에는 상영되지 않았지만 감독님의 <공사의 희로애락>과 <깃발, 창공, 파티>를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노동자들이 주인공인 다큐를 찍게 된 계기와 카메라에 담으시며 어떤 생각이 드셨는지 궁금합니다.”
장윤미 : 노동자들을 찍고 싶어서 찍었다기보다는 앞의 작업에서 조금 풀리지 않는 게 있을 때 다음 작업을 하다 보니 그렇게 됐어요. <공사의 희로애락>의 아버지 노동자 같은 경우는, 그때 <늙은 연꽃> 할머니가 돌아가시기도 했고, <콘크리트 불안> 찍으면서 건물에 관심이 생기기도 해서 아버지라는 노동자를 찍었던 거예요. 근데 사실 산업화 세대의 남성 노동자들에게 이미 너무 많은 마이크가 쥐어졌는데도 불구하고 제가 그런 작업을 또 했다는 게 늘 찝찝했거든요. 당시 훨씬 저임금 여성 노동자들의 노력을 아니까요. 그래서 이걸 계속 염두에 두고 있었는데, 인연이 돼서 KEC지회 특히 여성 간부들을 찍게 되었어요.
오히려 인물을 찍느냐 아니냐의 차이인 것 같은데, 그냥 인물을 찍는 게 훨씬 더 재밌고 쉬운 것 같기는 해요. 그래서 요즘 제 고민이, 다큐멘터리에서 인물이 나오면 훨씬 집중하기도 이야기도 더 있는데, 인간 아닌 존재들을 어떻게 잘 찍을 수 있을까예요.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그게 동시대의 중요한 고민인 것 같기도 해요. 저 개인적으로도 중요한 질문이고요. 단순히 비인간 존재를 찍는다는 차원이 아니라, 기후나 동물권처럼 시급한 문제를 찍는 차원도 아니라, 어떻게 영화적으로 더 잘 담아낼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이 계속 들어요.
Q : 네 안녕하세요. 팬입니다. 제가 3년 전에 오렌지 필름 기획전으로 감독님을 뵌 기억이 나는데요. 방금 인물을 찍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얘기해 주셨잖아요. 근데 그때 틀었던 작품들은 인물에 대한 영화였거든요. 혹시 관심사의 변화가 있어서 비인간 존재를 찍게 되신 건지 궁금하고요. 또 저는 인물을 찍는 건 살아 있는 공간과 지금 현재를 찍는 것 같은데, 오늘 본 작품들은 지나고 난 후를 찍는 거잖아요. 가령 <콘크리트 불안>에서 벽에 쓰여진 아이들의 낙서 같은 것들처럼요. 그래서 인물을 찍고 찍지 않는 것이 시점의 차이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모더레이터님께 오늘 영화 세 편을 어떻게 고르신 건지 묻고 싶습니다.
금동현 : 아, 저요? 하하. 간단하게 말씀드리면 그냥 저는 항상 장윤미 감독님의 영화를 틀고 싶었고요. 전 <어떤 곳을 중심으로 하여 가까운 곳>을 전주 온라인 상영으로 봤어요. 그리고 <고양이는 자는 척을 할까>는 제가 보지 못했는데 보고 싶어서 극장의 힘을 빌려보려고 이렇게 두 편을 선정했는데, 감독님께서 <콘크리트의 불안>을 포함해주신 겁니다.
장윤미 : 이 세 작품을 엮을 때 비인간을 생각하긴 했었어요. 되게 쉽게 생각했는데 뭘 고를지 은근히 고민이 많이 되더라고요. 관심사의 변화 같은 경우는, 계속 고양이가 나오는 건 반려동물로 고양이가 생기면서 동물에 관심이 생겼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단순히 반려동물이 아니라 진짜 고통받는 존재로서의 동물에 관심이 많이 생겼고, 이 작업과는 별개로 개인적으로 저한테 너무 중요한 문제가 돼서 동물권 활동하러 다니고.
금동현 : 준비한 건 아니고 말씀 들으면서 생각한 건데, 인간은 말 자체를 저희가 이해할 수 있는 범주로 하잖아요. 그런데 말씀하셨듯이 비인간의 경우에는 비인간이 뭔가를 말하겠지만 그게 저희의 가청 주파, 저희가 소통할 수 있는 보편적인 범주의 바깥에 있고요. 그러다 보니까 아무래도 형식적인 차원의 것들을 훨씬 동원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드는데, 한편으로는 그렇게 할수록 감독인 나라는 인간은 더 드러나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거든요. 가령 저 같은 경우에는 <고양이는 자는 척을 할까>를 스크리너로 봐서 영상 하단에 영어 자막이 있었는데, 거기서 이제 ‘그’가 ‘SHE’로 번역이 되더라고요. 이런 것처럼 오히려 비인간 대상에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인간인 나도 동시에 드러나는 거죠. 어쩔 수 없는 딜레마지만 확실한 딜레마인 것 같거든요. 이걸 어떻게 생각을 하시는지 궁금했습니다.
장윤미 : 극복이 되면 좋겠지만 지금은 그냥 한계를 인정하고 있어요. 사실 마지막 작품을 하면서 무수라는 존재는 인간의 언어를 모르잖아요. 저는 인간의 언어로 편지를 쓰는데 동물은 언어가 다르다 보니까, 저 스스로가 좀 기만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었어요. 근데 이렇게 할 수밖에 없고, 일단은 여기까지가 한계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는 이 대상을 위해 많이 생각하고 진심으로 애도하고 싶어서 하는 건데, 그 방식은 되게 인간적일 수밖에 없구나... 이렇게 어쩔 수 없는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언어에 있어서도.
금동현 : 기만적이라고 생각하진 않았고요, 그냥 이게 딜레마로 남을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질문을 드렸습니다.
금동현 : <어떤 곳을 중심으로 하여 가까운 것> <고양이는 자는 척을 할까> 두 작품이 좀 특히 그런 것 같은데. 영화관이 아니라 미술관에서 봐도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미술관 벽면에 그냥 걸려 있는 영화 혹은 무빙 이미지 같다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그러니까 미술관에서 봐도 그냥 그렇게 보였겠구나 싶었죠. 실제로 감독님 나이대에 속하시는 분들이 미술관으로 많이 가기도 하고요. 감독님의 영화 영상물이 이제 미술관에 전시가 된 적은 없었나요? 사실 미술관 영상이랑 영화관 영화는 이게 그냥 제도의 차이로 나타나는 거잖아요. 그런데 여기서 후자에 계신 특정한 이유가 있을지 궁금했어요.
장윤미 : 미술은 제가 접해본 적이 없어서. 근데 말하신 대로 미술관에서 한번 부른 적이 있었고, 새로운 경험이긴 했어요. 근데 저는 전혀 미술은 전혀 모르고, 미술의 언어에 익숙하지도 잘 맞지도 않아요. 저는 현장에 가는 게 여전히 너무 힘들고 가기 전엔 가기 싫고 내가 이걸 왜 하고 있지 생각이 들면서도 재미있고. 현장에 가서 사람들이랑 관계 맺고 그걸 카메라에 담는 게 재미있어서 다큐멘터리를 여전히 하는 것 같고 그래서 후자를 하는 게 아닐까요.
금동현 : 혹시 질문 있으신가요? 없으시면, 감독님 현재의 관심사가 다음 작품이 되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현재의 관심사가 무엇인지 여쭙고 GV를 끝내면 될 것 같습니다.
장윤미 : 아까 말한 대로 동물의 삶과 죽음에 관심을 굉장히 많이 갖고 그런 활동도 하는데, 재개발되고 있는 장소에 또 관심이 있어요. 곧 재개발될 성매매 집결지에 자주 다니면서 하고 싶은 게 있어서 그걸 기획을 하고 있습니다.
금동현 : 그러면 오늘의 gv 여기서 끝내도록 하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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