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나영 감독전> 관객과의 대화 기록 2023.03.25
참석 김나영 감독
진행 금동현 모더레이터
기록 정채연
금동현 : 안녕하세요. 저는 오오극장 관객프로그래머인 금동현입니다. 관객프로그래머는 <관객프로그래머 초이스!>라는 이름으로 한 섹션의 상영을 기획할 수가 있는데요. 이번 김나영 감독전은 제가 그 일환으로 기획한 것입니다. 앞서 보신 <러닝 포토스>, <시험 후>, 그리고 <사랑에 관한 작은 창문>을 연출하신 김나영 감독님을 모시고 GV를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김나영 : 네 안녕하세요. 저는 부산에 살면서 종종 영화 연출을 하고 있는 김나영이라고 합니다. 이런 좋은 자리에 초대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금동현 : 질문을 받기에 앞서서, 제가 왜 이 섹션을 기획을 하게 됐는지 간단하게 말씀을 드릴게요.
저는 <사랑에 관한 작은 창문>을 김나영 감독님 영화 중에 가장 첫 번째로 봤어요. <인디포럼>과 제가 편집진으로 있는 『마테리알』이 공동으로 진행한 행사에서 이 영화를 보게 됐는데, 저는 그 영화가 되게 좋았습니다.(인디스페이스 X 인디포럼 작가회의 <독립영화하다> | 2022.12.17.-18) 되게 되게 좋아서 왜 좋았는지를 계속 생각해봤거든요. 그냥 내가 <이창>을 좋아해서 그런 건가 싶다가도, 그거랑 별개로 좋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감독님께 다른 영화도 보고 싶다고 연락을 드려서 다른 영화도 보게 됐는데 그것도 다 좋더라고요. 그래서 하나로 묶어서 대구에서도 상영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런 자리를 마련하게 됐습니다.
세 편을 보고 나서 제가 이 영화가 왜 좋았을까 다시 생각을 해보니까, 세 작품 모두 영화를 분석적으로 다가가는 듯한 장면들이 있더라고요. 그러니까 내가 이 영화를 그냥 감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작품 속에 나오는 영화나 영화 자체를 분석하게 되는 시점이 있거든요. 근데 그 부분을 좀 어물쩍 넘어간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러니까 영화가 분석으로 쭉 나아가는 게 아니라, 분석을 갑자기 감정으로 돌려버리는 시점들이 영화마다 존재하거든요.
가령 <사랑에 관한 작은 창문>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마지막에 제프의 시점 쇼트가 불가능한 장면을 두고 다른 시야로 되돌리는 장면이 있잖아요. 사실 이거는 영화적으로 치면 잘못된 질문이라고 받아들일 수도 있어요. 왜냐하면 애초에 제3자가 내러티브 안에 개입을 하기 때문에, 시점 쇼트가 굳이 제프가 눈을 안 뜨고 있어도 그걸 시점으로 받아들이는 게 영화의 기능이고 역할이거든요. 근데 그걸 집요하게 질문을 하는 순간, 영화라는 것이 조금 넓어지는 거죠. 실제로 영화 안에서는 영화 안의 공간을 넓힙니다. 근데 그 질문을 더 나아가진 않아요. 거기서 왜 이 쇼트가 가능했을까가 아니라 조금 다른 이야기로 돌려버리는 거죠. 가령 <러닝 포토스> 같은 경우에는 달린다는 것에 대한 초기 영화사적인 질문이기도 하지만, 그냥 뛰었을 때 주는 감동 같은 게 있거든요. 그러니까 이런 것들이 분석이 감정으로 넘어가는 순간들이라고 생각하고, 이것들이 잘 구성되어 있는 영화들이 저는 되게 드물고 귀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번 기획전을 기획하게 됐어요.
아무튼 제가 좀 말이 길었는데, 간단하게 하나만 질문을 하고 객석으로 돌리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세 편의 영화가 통상적인 시선에서는 다르게 분류된다고 느껴지거든요. 그러니까 내가 영화제 사무국에서 일한다고 가정하면, 이 세 편의 영화들을 카테고리화할 때 다 다른 섹션에 배치할 것 같아요. <러닝 포토스> 같은 영화는 실험 영화에 넣을 것 같고, <시험 후> 같은 경우에는 당연히 극영화고, 그다음에 <사랑에 관한 작은 창문>은 특별 섹션으로 오디오 비주얼 필름 크리틱 만들어야 되는 거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들 것 같거든요. 그래서 제가 궁금한 점은 어떻게 이렇게 너무 다른 권역 장르에 있는 장르, 다른 묶임에 있는 영화들을 연출을 하게 됐는지가 조금 궁금했습니다.
김나영 : <러닝 포토스> 같은 경우는 자막에도 나오지만 영화의 전당에서 지금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계시는 오민욱 감독님이 강사로 참여하시는 이미지 워크숍이라는 수업이 있었어요. 실험 영화에 대해서 이론적인 걸 배우고, 수업의 결과로 한 편의 실험 영화를 만들어보는 수업이었는데, 그 수업의 결과물로 만든 게 <러닝 포토스>였어요. 제가 하고 싶었던 게 기존에 있는 영화 클립들을 모아서 한 편의 영화로 만드는 거였거든요. 그렇게 <러닝 포토스>를 하고 나서, 극영화 제작 수업으로 <시험 후>를 만들게 되었어요. 기존에 있는 영화의 클립을 쓰는 방식을 조금 더 하고 싶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이번에는 이걸 해야지 저거 해야지 의식하고 작품을 만들진 않았고요. 마지막 작업은 제가 하고 싶은 것 중에서 할 수 있는 종류의 작업이 뭐가 있을까를 고민하면서 했어요. 조금 더 자세하게 말하자면 저는 제 직업을 가지고 나인투식스로 일을 하면서 영화를 만드는 작업을 계속하는 게 목표였어요. 그런 와중에 김준희 씨랑 고은 작가님이 제게 셋이서 같이 영상 작업을 해보지 않겠냐고 제안을 해주셨어요. 그래서 직장 생활과 저 영상 작업을 병행하면서 제가 하고 싶고 또 할 수 있는 작업이 뭘까 고민을 하다가, 제가 꾸준히 관심이 있었던 오디오 비주얼 크리틱 작업을 하게 되었어요.
Q : 영화 잘 봤습니다. <러닝 포토스> 마지막 장면이 궁금한데요. <나쁜 피>에서 드니 라방이 달리기 직전에 끝났는데, 왜 달리는 장면은 보여주지 않고 끝나는지 궁금합니다.
김나영 : 왜 그랬을까요. 아마 앞에 이미 달리는 장면들을 충분히 보여줬다고 생각을 해서 그 타이밍에 끊는 게 더 좋을 거라고 판단했던 것 같아요. 사실 그 장면 뒤가 어떻게 이어지는지 좀 아니까 그렇게 처리했던 것 같습니다.
금동현 : 감독님 대답보다도 이 질문을 하신 분이 왜 그렇게 생각했을까가 궁금해지네요. 왜 그 부분에서 끝났을까를 스스로 생각하지 않았을까요? 궁금한데, 혹시 알려주실 수 있나요?
Q : 사실 그 마지막 장면은 저도 되게 좋아하는 장면이에요. 진짜 폭발적으로 달리는 장면인데, 처음에는 리와인드로 인물들이 뒤로 달리다가 정방향으로 진행하면서 감정이 계속 쌓여가는 느낌이었거든요. 그런데 거기서 탁 멈추는 게 되게 신기했어요. 에너지가 응축된 상태에서 터뜨리지 않고, 그냥 모아놓고 끝내버린다는 느낌이 들어서 의도가 있으실 것 같았어요.
김나영 : 제 영화의 약점이기도 하고 강점이기도 한데, 어떤 영화들을 넣고 어떤 장면들을 배치하는 것은 제 주관에 따른 거예요. 굉장히 직관적으로 좋아하는 장면들을 가져다가 배치한 거라서, 영화적인 논리가 뭐냐고 물으면 제가 특별히 대답할 수 없거든요. 이 장면을 왜 넣었는지 물었을 때, '느낌이 좋기 때문에'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는 장면들도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금동현 : 그쵸, 저도 그래서 영화가 좋았던 것 같아요. 영화적인 논리로 구성되는 작업도 있지만, 그냥 자기가 좋아하는 달리기 장면을 모아둔 걸 보는 것도 되게 재밌다고 생각하거든요.
Q : <시험 후>는 민정과 채은이 번갈아 가며 잠드는데요. <연연풍진>의 장면이 꿈처럼 느껴져서 재밌습니다. <연연풍진>을 선택해서 삽입하신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김나영 : 마찬가지로, 왜 <연연풍진>이냐고 하면 제가 좋아하는 영화이기 때문이라는 대답이 제일 맞는 것 같아요. 그래도 영화 내적으로는, <연연풍진>은 두 인물이 어릴 때부터 시작해서 나중에 변화하는 관계나 정서가 비슷한 느낌이 있다고 생각해서 가져왔어요. 저도 영화를 보면서 자주 졸기 때문에 이런 장면을 만들면 좋지 않을까 생각을 했던 기억도 납니다.
금동현 : 저는 사실 <연연풍진>이 주는 의미가 강하다고 생각했어요. 그게 서브 텍스트 같기도 하고 해서 재밌었어요. 제가 질문을 듣고 감독님 답변도 듣고 영화도 보면서 생각을 했던 게, 제가 추천사에서 비슷한 부분을 썼었는데, 그러니까 영화가 일을 하시면서 따로 만드는 작업이라고 하셨고, 앞에 두 편의 영화도 결국 장르 같은 것을 완전히 통제하는 상황이 아니라 어떤 상황 안에서 영화를 만드신 거잖아요. 그래서 감독님이 영화를 생활과 떼어 놓은 게 아니라, 그냥 영화가 감독님 생활 안에 있다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저는 <시험 후>라는 영화도 그렇게 받아들였어요. 영화가 일상에 있으니까 영화를 뒤로 되감아서 볼 수도 있고, 분석을 해보려고 할 수도 있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저는 일상 외부에 영화가 있는 사람이랑 일상 안에 영화가 있는 사람이 영화에 대해 갖는 감각이 매우 다르다고 생각해요. 이런 맥락에서, 사실 이게 되게 GV 빌런 같은 질문인데, 감독님한테 영화란 무엇인지 여쭤보고 싶었어요.
김나영 : 사실 생각 안 해본 건 아닌데(웃음). 나에게 영화란 무엇일까. 사실 저는 임금 노동이 너무 고달프고 힘들고, 출퇴근 생활을 하는 동안에 진짜 내가 왜 살까 이런 생각도 많이 해요. 그냥 내 한 몸을 먹여 살리려고 이 고된 일을 하면서 살아야 하다니 이런 생각을 하다가도, 그럼 도대체 나는 왜 살까 생각할 때 왜 사는지의 몇 가지 요소 중에 하나가 영화인 것 같아요. 너무 무겁고 거창하게 들리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만약에 그냥 힘들게 출퇴근하면서 밥 벌어 먹고 살 거면 진짜 별로 사는 거에 의미가 없을 것 같고요. 거기에 뭔가 하나 더 있어야 한다면 그게 영화인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Q : 오디오 비주얼 크리틱이라고 얘기를 하셨으니까 드리는 질문인데요. <러닝 포토스>하고 <사랑에 관한 작은 창문>은 오디오 비주얼 크리틱으로 볼 수 있지만, 중간에 <시험 후>라는 영화는 극영화에 속한다고 볼 수 있거든요. 그런데 세 편의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지점은 이미지인 것 같아요. 그러니까 구술 언어보다 이미지에 대한 영화들로 느껴져요. 제가 볼 때는 언어를 불신하는 것 같은 느낌, 내가 하는 이야기 자체를 믿지 못하는 느낌이 들어요. 오히려 이미지를 연결했을 때 혹은 이미지를 통해서 우리가 좀 더 실제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믿는 것 같아요. 그래서 감독님의 작업 도구로 이미지를 중요시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들어요. <시험 후>도 짧은 극영화이지만 스토리라든가 우리가 실제로 이야기한다는 게 거의 없기도 하고요. 각자의 관계 속에서 이미지를 들여다봤을 때 느껴지는 부분들을 회상하게 되거나, 혹은 그 이미지를 통해서 느껴지는 다른 공간들이 주를 이루고 있어요. 그러면서도 인용은 계속해 들어온다는 거죠. 그래서 저는 감독님이 이미지에 갖고 계신 생각이 어떤 건지 궁금해요.
김나영 : 어려운 질문에 잘 대답할 자신이 없긴 한데요. 저는 언어를 불신한다기보다는 말로 하는 것에 별로 자신이 없는 편인 것 같아요. 그래서 좀 정돈된 언어로 표현하는 것보다는, 보여주면 너도 느낄 수 있지? 이렇게 이미지로 표현하는 걸 조금 더 편하게 느끼는 것 같아요. 그리고 아까 프로그래머님도 말씀하셨지만, 마음으로는 이론적이고 지적인 걸 하고 싶은데, 근데 감정적인 걸 전달하는 걸 더 선호하는 것 같고요.
<러닝 포토스>가 인간의 움직임을 표현하려고 했던 영화사 초기의 열망이라고 한다면, 저에게 방점은 영화사보다는 그 열망에 좀 더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 감정들을 표현하는 것에 더 흥미를 느끼고, 그래서 그 두 가지가 좀 항상 어중간하게 혼재돼 있지만, 그래도 그 열망이 표현됐다고 느꼈을 때 저는 좀 만족하고 작업을 마무리하는 편인 것 같습니다. 아마 그런 면을 봐주신 게 아닐까 생각이 들어요.
Q : 2016년과 22년 사이에 긴 시간이 있는데 그 사이에는 뭘 하셨나요?
김나영 : 영화를 만들기도 하고 영화에 관한 비평을 쓰기도 했어요. 정식으로 등단을 한 건 아니고, 부산독립영화협회나 부산영화평론가협회에서 발간하는 책자들에 글을 쓰기도 했고요. 영화의 전당 홈페이지에 한국 독립영화 개봉작들에 대해서 쓰기도 했어요. 또 직장생활도 했습니다. 영화는 마찬가지로 푸티지 작업을 한 편 했었는데, 조금 힘에 부쳤어요. 한 번 상영한 이후로 어디 공개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금동현 : 아, 그 영화가 무척 궁금해지는데요.
Q : 앞서 <러닝 포토스> 자체가 달리는 장면들의 푸티지를 모아놓은 거였잖아요. 그런데 <시험 후>에서도 달리는 장면이 있었는데 <러닝 포토스>를 생각하면서 그런 장면들을 찍은 건지, 그리고 그 달린 장면들은 만약에 이게 워크숍으로 찍은 작품이지만 예산이 있었다면 이렇게 트랩으로 카메라까지 같이 가면서 달리는 장면들을 좀 찍고 싶은 욕망이 있으시진 않았는지 궁금합니다.
김나영 : <시험 후>의 달리는 장면을 찍을 때 <러닝 포토스> 생각을 하지는 못했는데 지금 들어보니까 제가 되게 좋아하는 것 같아요. 확실히 제가 달리는 장면을 좋아하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고, 말씀해 주신 대로 예산이 있었다면 좀 더 달리는 장면을 공을 들여서 찍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도 들고요. <러닝 포토스>도 아마 좀 더 많은 레퍼런스를 가지고 좀 더 시간을 두고 작업을 해볼 수 있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도 좀 들어요. 다 만들고 나서 영화에 이 장면도 넣을걸, 저것도 넣을걸 이런 게 되게 많았거든요.
Q : 오디오 비주얼 크리틱을 만들 때 정확한 시나리오를 따로 만드시는 건지, 아니면 만드는 과정에서 즉흥적으로 이렇게 추가를 하시는 건지, 작업을 하시는 과정이 궁금합니다.
김나영 : <러닝 포토스>랑 제일 최근에 만든 작업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작업을 했는데요. <러닝 포토스>는 만드는 과정에서 영화의 구조가 계속 변화하는 방식으로 작업을 했고, <사랑에 관한 작은 창문> 같은 경우는 두 영화를 비교하고 분석한다는 목표가 분명하게 정해져 있는 작업이었어요. 그래서 처음부터 정해진 형태로 작업을 했습니다.
Q : <사랑에 관한 작은 창문>은 아까 감독님이 사랑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세 명의 작가가 모여서 한 작업이라고 하셨는데, 사랑이라는 주제가 나쁜 것도 많겠지만 좋은 것도 많잖아요. 근데 관음과 사랑을 연결하셔서 작업을 하신 이유가 좀 궁금합니다.
김나영 : 일단 영화를 분석하는 작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이유가, 영화가 제 사랑의 대상이기 때문이기도 했어요. 그래서 주제를 사랑으로 영화를 분석하는 작업을 해야겠다고 결정을 했고요. 주제가 사랑이라고 했을 때 좀 단순하게 영화의 시선, 응시가 관음이라는 테마랑 자주 얘기가 되는 면으로 접근을 했던 것 같아요. 조금 복잡하게는 사랑의 불편한 면도 얘기하고 싶기도 했고요. 별로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떠올릴 수 있는 상태가 아니어서 그랬던 것도 같아요.
Q : <이창>이랑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의 마지막 장면으로 <사랑에 관한 짧은 창문> 영화를 마무리하셨는데, 그 쇼트들을 긍정하시는 건지 아니면 조금 다른 방식으로 보시려는 건지 궁금합니다.
김나영 : 제가 한 편의 영화에 관한 비평을 쓴다고 한다면, 호불호의 비평적인 판단을 내리는 형태로 작업을 할 수도 있지만, 오디오 비주얼 필름 크리틱이 그런 걸 필요로 하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일단 두 영화에 어떤 공통적인 면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그 면이 사랑에 관한 이런저런 태도이고 시각이다, 이렇게 드러내고 밝혀내는 종류의 작업을 제가 한 거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래서 나의 비판적인 시선으로는 이 두 영화가 좋은 영화다 나쁜 영화다, 아니면 긍정할 수 있는 시각을 보여주는 영화다 아니다, 이런 작업은 아니어서 이 작업 안에 저의 관점이 포함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금동현 : <시험 후>에서 같은 배우가 고등학교 때와 성인 때의 민정, 채은을 연기하잖아요. 그런데 저는 사실 얼굴로 고등학생 때 인물이랑 지금 인물의 매치를 하지 못했거든요. 그래서 저는 고등학교 때 민정 채은과 현재의 민정 채은이 누가 누군지 파악을 해야 했어요.
아무튼 제가 배우를 매치시키려는 노력을 하면서 봤는데, 매치가 정확하게 일어나는 부분이 민정아라고 이름을 부르는 장면과 민정이라고 이름이 적힌 실내화였어요. 근데 그 전까지는 일부러 관객을 불확정하게 만드나라는 생각도 했단 말이에요. 왜 이런 생각을 하게 됐냐면, 이 영화에서 다른 것들도 이런 방식으로 많이 진행됐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니까 꿈인가 현실인가 영화인가 꿈인가를 확정시켜주지 않는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리고 이 쇼트가 고등학생의 시점 쇼트인가 현재의 시점 쇼트인가도 불분명한 부분이 있다고 느꼈고, 그래서 감정적으로 좋았는데 이걸 감독님이 의도적으로 분해를 하셨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니까 의도적으로 일치하지 못하게 만드신 건가라는 거죠. 혹시 기획 단계에서 이런 의도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김나영 : 영화의 안팎, 과거와 현재, 그런 시점을 섞어서 구획을 인식하지 못하게 하려는 시도는 처음부터 의도를 했던 부분이 맞지만, 사실 인물은 의도하지는 않았어요. 저는 두 사람이 생긴 게 명확하게 다르다고 느꼈거든요. 말씀해 주신 대로 다른 부분에서는 시간의 흐름은 좀 분명하게 의도를 하고 구성을 했습니다.
Q : 방금 프로그래머님이 하신 질문과 조금 겹치는 질문이기도 한데, 시간선이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게 아니라 현재가 나오다가 갑자기 또 과거가 등장하고 또 갑자기 현재로 넘어오는 시간선을 택하셨는데, 항상 그 중간 중간에 <연연풍진>에서 나오는 기찻길 이미지가 등장을 하더라고요. 그 이미지를 선택하신 의도가 있으신가요?
김나영 : 두 가지 이유를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은데, 하나는 일단 제가 <연연풍진>을 선택했기 때문이에요. <연연풍진>에서 기찻길 이미지가 너무 중요해서, <시험 후>에도 <연연풍진>의 그런 이미지들이 잘 배치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두 번째는 아주 사적인 이유인데, 이 영화를 경남 진해에서 촬영했어요. 제가 어릴 때 거기 살았었는데 제 마음에 남아 있는 장소와 이미지가 저런 기찻길 이미지여서 그런 이미지들을 많이 쓰게 된 것 같아요.
금동현 : 질문 더 있으실까요? 없으시면, GV를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주말에 낮잠 자기 좋은 시간에 많은 분들이 영화를 보러 와주셨는데, 감독님이 마지막으로 인사 부탁드립니다.
김나영 : 사실 인디스페이스에서 <사랑에 관한 작은 창문>을 포함한 몇 편의 영화들을 상영할 때, 상영의 주제가 ‘자주 영화’였어요. <M 다시 보기 플러스>라는 자주 영화 기획을 같이 하신 마산영화구락부의 김준희님이 발간하는 책자에 금동현 프로그래머님이 글을 실었는데, 굉장히 흥미를 느꼈어요. 특히 독립영화 바운더리 바깥에 있는 작업들을 어떻게 영화적으로 인정할 수 있을 것인지 고민을 불러일으키는 부분을 읽고 요즘 생각을 많이 해보고 있거든요. 저도 제가 하는 작업을 포함해서 어떤 나름의 미학적인 기준이나 영화적인 태도 같은 것을 개발을 하고 싶다, 그런 게 필요할 것 같다, 그걸 할 수 있으면 내가 어떤 형태로 작업을 해도 좋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했어요. 그런 의미에서 오늘 이 자리가 굉장히 감사하고 소중한 자리였습니다. 오늘 사실 한 분도 안 계실 줄 알고 걱정했는데 많이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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