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당신이란 별이 있어서
<울산의 별>은 울산의 조선소에서 일하는 윤화와 그녀의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그려낸다. 사고로 남편을 잃은 윤화는 몇 년째 자신의 몸을 갈아 조선소에서 근무하고 있다. 그럼에도 그녀의 아들은 가족의 돈까지 부어가며 코인 투자에 발을 들이고 하루하루 불안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딸은 친구의 배우 데뷔를 도와주며 서울에서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일하는 것을 꿈꾼다. 울산으로 대표되는 꺼져가는 지방의 그늘 속에서 그녀의 가족은 어떻게든 살아가려고 아득바득 노력한다.
<울산의 별>은 뜨거운 영화다. 이 영화의 톤 앤 매너는 연기에서 잘 드러난다. 특히, 김금순 배우는 조선소의 펄펄 끓는 용광로 같기도 하고 단단한 철강 같기도 하다. 영화의 후반부에서 딸의 친구가 말하듯 윤화는 굉장히 마초적인 여성 캐릭터이다. 한국 영화에서는 잘 볼 수 없는 여성 캐릭터를 김금순 배우는 엄청난 열연으로 소화해낸다. 등장할 때마다 영화의 분위기를 휘어잡으며 영화의 기둥이 되는 캐릭터를 탄탄하게 연기한다. 참으로 놀랍지 아니할 수 없다. 이러한 김금순 배우를 필두로 영화는 몰락하는 한 가정의 이야기를 격렬하게 묘사한다.
<울산의 별>은 뛰어난 지역적인 그리고 산업적인 이해가 바탕에 깔려 있는 영화이다. 배경이 되는 울산은 철강 산업으로 대표되는 지역이다. 이러한 울산이라는 지역의 특징과 현재의 상황, 그리고 산업 현장에 대해 영화는 자세하고 세심하게 접근한다. 영화를 연출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하나의 세계를 새롭게 만들어 내는 일이라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정기혁 감독은 자신이 만들어야 할 세계에 대한 높은 이해를 바탕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마음껏 펼쳐낸다.
<울산의 별>도 결국 희망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는 우리가 원하는 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윤화의 세계도 그렇다. 영화는 윤화가 연이은 산업 재해로 인해 회사로부터 퇴직 요구를 받는 것으로 시작된다. 당장 직장이 끊긴 상황에서도 윤화의 가족은 아들의 코인 투자로 생긴 빚 때문에 대출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그들의 삶을 제대로 이어나갈 수 있을지 요원한 상황이다. 하지만 그 안에도 우리가 제대로 보지 못한 ‘별’이라는 이름의 희망이 있다. 이 영화가 말하는 그 ‘별’이라는 희망은 과연 무엇을 나타내는 것일까? 아마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영화의 제목이 새롭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오오극장 관객프로그래머 김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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