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기의 카메라, 변화를 촉구하는 기록들
<케이 넘버>는 한국에서의 삶을 (되)찾으려는 해외입양인 미오카의 여정을 따라간다. 미오카의 '뿌리 찾기'를 큰 축으로 삼아 한국 현대사를 거칠게 훑어가며 입양 기관과 제도의 변천을 되짚는 <케이 넘버>는 '조직적이고 효율적이고 의도적이고 체계적인', 한국 입양 시스템이 야기한 “사회적 타살”, 혹은 “국가 층위의 인신매매”의 역사를 추적한다. 그러한 일련의 과정을 경유해 입양인 각자의 삶의 이야기를 담아내며 <케이 넘버>는 ‘한국인’으로서 해외입양인이 마주하는 문제들을 우리 삶에 보다 가깝게 위치시키고자 한다.
미오카의 여정은 이제는 희미해진 기억들과 너무 많이 변해버린 한국의 풍경, 불분명한 정보들로 기입된 오래된 서류더미 속에 휩쓸려 좀처럼 쉽게 풀리지 않는다. 난처하고 당혹스러운 목소리가 통보하는 오류와 거짓이 자주 미오카의 주위를 맴돈다. 다만 미오카는 여전히 진실의 꽁무니를 좇아 아주 더디지만 조금씩 나아갈 채비를 한다. <케이 넘버>는 미오카가 한국에 머무르는 동안, 어쩌면 과거에 그녀가 머물렀을지도 모를 공간들을 휴대폰 카메라로 촬영하는 미오카의 모습을 자주 보여준다. 면면히 순간을 기록하는 그녀의 태도에서 배어 나오는 그 감정들을, <케이 넘버> 역시 놓치지 않고 카메라로 담는다. 미오카의 절박함을 간절하게 담아내는 이 영화의 끈기는 무엇보다 이 ‘불합리’한 세상을 헤매는 입양인들의 마음을 세세히 기록해 그 마음이 우리들의 마음 가까이로 바싹 다가올 수 있도록 하겠다는 그 자신의 다짐의 실천인 것으로 보인다.
-오오극장 관객프로그래머 김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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