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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작 프리뷰

관객프로그래머 초이스! <바얌섬> 추천사 - 몽환의 섬으로!

 

몽환의 섬으로!

 

내 고향 안동에선 가을마다 탈춤 축제가 열린다강변에 있는 대공연장에서 축제날엔 매일 우리나라 곳곳의 탈춤과 마당놀이가 공연되었다나는 어릴 적 처음 본 탈춤 공연의 낯선 풍경에 이끌려 사춘기가 오기 전까지 탈춤 축제가 열리면 대공연장에 하루 종일 죽치고 앉아 하회별신굿탈놀이봉산탈춤북청사자놀이 등등 다양한 전통 탈춤을 보았다그것이 내가 한국의 고전 이야기들에 관심을 가지게 된 첫 계기였다.

 

2년 전부산국제영화제에서 본 김유민 감독의 장편 데뷔작 <바얌섬>은 그 고전 이야기에 매혹되었던 내 어릴 적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임진왜란으로 무인도에 표류하게 된 세 사람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바얌섬>은 고전 한국문학에서 쓰인 다양한 클리셰와 스타일을 시각화하면서 관객들에게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경험을 선사한다또한 이야기와 어우러지는 무인도의 몽환적인 풍경과 판소리사물놀이 음악을 활용한 영화의 사운드트랙은 마치 꿈을 꾸는 것 같은 이 영화의 세계에 완전히 젖어 들게끔 한다.

 

무엇보다, <바얌섬>은 유머와 미스터리가 빛나는 영화이다충청도 사투리를 베이스로 한 영화의 대사는 한국의 탈놀이극이나 고전 소설에서 묻어나는 해학이 일부 담겨 재미를 주고 영화가 진행될수록 의미심장해지는 섬의 정체와 등장인물의 면면은 감독의 초기 단편인 <>에서부터 드러난 영화의 개성적 측면을 살리면서 새로운 흥미와 깊은 여운을 선사한다이렇게 <바얌섬>은 감독 본인의 이야기적연출적 특징이 잘 묻어나면서도 한국인들이 널리 공유하는 정서들을 잘 활용함으로써 고유성과 보편성을 모두 갖추고 있는 수작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독립영화가 가지고 있어야 할 미덕은 주류 영화에선 잘 선택하지 않는 길을 정면으로 돌파 해나가는 것이다하지만 최근 시장의 선봉에 있는 대부분의 독립영화는 특이한 소재만을 선택할 뿐그 결과물들은 다소 천편일률적인 부분이 있어 보인다아이러니하게도 상업영화에서도독립영화에서도 거의 선택하지 않는 길을 걸은 이 영화 <바얌섬>은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한 이후로 개봉은커녕 잘 상영되지도주목을 받지도 않고 있다따라서나는 이번 ‘관객프로그래머 초이스!’를 통해 김유민 감독의 멋진 장편 데뷔작인 <바얌섬>을 소개해 보려 한다다 함께 어릴 적 보았던 탈놀이와 전통 마당극그리고 고전 문학들을 떠올려보며 김유민 감독이 만든 아름다운 이 꿈의 세계에깊이 빠져들어 보자!

 

 

오오극장 관객프로그래머 김건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