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가 알려줄거야> 관객과의 대화 기록 2024.03.23.
참석 김다민 감독
진행 박정윤 모더레이터
기록 김가율
박정윤: 안녕하세요? <막걸리가 알려줄거야>의 진행을 맡은 박정윤이라고 합니다. 감독님 간단하게 인사 부탁드립니다.
김다민: 안녕하세요? <막걸리가 알려줄거야>를 연출한 김다민입니다. 반갑습니다.
박정윤: 네. 그럼 GV를 시작하겠습니다. 저는 이 영화가 매력적으로 느껴진 이유가 그 어떤 영화에서도 쉽게 보지 못했던 요소들이 많아서라고 생각했는데요. 페르시아어를 할 줄 아는 막걸리가 모스부호로 말을 거는 그런 내용이잖아요. 감독님께서 이 영화를 어떻게 시작하시게 된 것인지 먼저 들어볼 수 있을까요?
김다민: 시작은 제 개인적인 경험에서 출발했는데요. 제가 평소에 동네 평생학습관에서 수업 듣는 게 취미인데 2015년 무렵에 ‘전통주 만들기’라는 수업을 들었어요. 그때 막걸리를 만들게 되었는데요. 이게 집에서 숙성시키다 보면 진짜 뭔가 살아있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모양도 많이 바뀌고 소리도 바뀌고 질감도 바뀌고 하는 모습이 이 미생물 생태계가 진짜 살아있다는 느낌도 들고 키우고 있다는 느낌도 들었어요. 이게 원리가 뭘까? 하고 궁금했던 경험과 또 하나는 낮에 동네를 돌아다니다 보면 학교 앞에 학원 버스가 길게 줄 서 있더라고요. 제가 살았던 동네가 신도시도 아니고 그냥 인천의 작은 동네인데도 아이들의 하교를 기다리는 모습이 참 신기하다. 이것도 원리가 뭘까? 하는 두 개의 궁금증이 하나의 영화로 나오지 않았나 싶습니다.
Q: 주인공 이름이 동춘이잖아요. 저는 언뜻 동춘 서커스가 기억나거든요. 그것인지 아니면 동쪽의 봄이라는 뜻도 있고 움직이는 봄이라는 뜻도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감독님이 생각하셨던 동춘이라는 이름의 뜻은 무엇이었나요?
김다민: 동춘이는 제가 전통주 수업을 들었던 평생학습관이 동춘동에 있어서 동춘이라고 했는데(웃음) 실제로 그 지명이 동쪽의 봄이라는 뜻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Q: 페르시아어와 모스부호여야만 했던 이유가 있었나요? 아니면 그냥 단순히 우리가 접하기 힘든 언어 중에 고르신 걸까요?
김다민: 일단 크게는 이 이야기가 배움, 교육에 관한 이야기지만 그것보다 좀 작게는 적응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마지막에 양조장에서 ’적응력 시험인 거지’라는 대사가 나오잖아요. 그래서 동춘이 입장에서 제일 배우기 어려우면서 동춘이가 어떤 성취를 할 때 ‘저게 말이 돼?’ 하는 순간들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페르시아어도 제가 동네에서 주민들한테 개방하는 수업을 들었었는데 처음에 힌디어를 배우고 그다음에 페르시아어를 배웠어요. 사실 두 개가 다 어려웠거든요. 영화에도 나오지만, 페르시아어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써서 이거는 뭔가 배우거나 익히지 않으면 바로 번역기에 넣는다고 되는 게 아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영화에 사용했습니다. 그리고 모스부호는 막걸리 기포들이 터지는 소리를 들으니, 모스부호로 바로 연상이 됐던 것 같아요.
박정윤: 감독님께서 이전에 하신 어떤 인터뷰 내용이 생각나네요. 이 이야기는 사교육의 문제점을 다루는 것보다는 동춘이의 성장에 관심을 기울였다, 학생들이 하루에 7, 8개의 학원을 다니는데 이게 마치 나사에서 우주인을 양성하는 것 같으셨다고 하셨어요. 그리고 그런 노력을 하는 아이들의 목표가 대학 입시라면 너무 보잘것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좀 더 커다란 목표가 있어야지만 아이들이 납득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인터뷰 하셨는데 저는 그 의도가 엔딩에서 너무 잘 보였던 것 같아서 덧붙여 말씀드려보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이 엔딩 장면 이후에 에필로그가 나오잖아요. 리투아니아의 카우나스라는 도시였는데 저는 그걸 보면서 왜 리투아니아의 카우나스일까 궁금했어요. 카우나스가 리투아니아의 수도도 아니더라고요. 그냥 다른 도시인데 그렇게 딱 짚어서 자막으로 넣어주신 이유가 궁금했습니다.
김다민: 일단 기숙사 학교가 있는 곳이라든지 교육과 많이 관련된 지명들을 찾았었어요. 사실 동춘이가 살고 있는 곳은 대략 신도시일 것이라는 추측만 있지 정확히는 안 나오잖아요. 그래서 약간 뭉뚱그려서 표현하면 재밌을 것 같다고 생각했고요. 그리고 동춘이 입장에서는 페르시아어가 일상이랑 되게 동떨어진 어려운 언어잖아요. 그래서 한국어가 나올 때 제일 생경할 나라가 어디일까를 생각했던 것 같아요. 약간 바통 넘어가듯이 페르시아에서 한국, 다음에는 또 어디 이런 식으로 계속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담고 싶었습니다.
Q: 외삼촌으로 나온 배우분이 김희원 배우시잖아요. 상업영화에 주로 출연하시고 독립영화에서는 잘 볼 수 없는 배우라서 어떻게 캐스팅이 되었는지 궁금하고요. 그리고 외삼촌이 언덕까지 올라갔다가 그냥 떠나버리잖아요. 결국 서로 가족 관계인 걸 모르고 끝이 난 것인데 그렇게 설정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김다민: 이 시나리오가 어떻게 보면 동춘이가 안 나오는 장면이 거의 없고 아이가 되게 중요한 작품인데요. 그래서 어른들을 캐스팅할 때 좀 고심을 많이 했었어요. 사실 김희원 선배님 같은 경우는 연기의 스펙트럼이 되게 넓으세요. 상업영화도 하시지만 독립영화도 간간이 하시기도 하고 다양한 역할을 하시는데 영진이라는 캐릭터는 안 해보신 캐릭터이기도 하니까 재밌게 보실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이전에 ‘안나푸르나’라는 저희 제작사에서 작업을 하셨기 때문에 약간 반신반의하면서 조심스럽게 얘기를 드렸었는데 선배님이 영진이라는 캐릭터를 되게 좋아해 주셨고 타이밍도 잘 맞았던 것 같아요. 그리고 서로 가족 관계인 게 안 밝혀진 이유는 저는 그 부분은 관객들만 알면 된다고 생각하고 세팅했었어요. 관객들은 가족 관계에 어떤 유전적인 뭔가 있을 거로 생각하고 보실 텐데 엄마와 삼촌이 너무 극단적으로 다르죠. 근데 벤치에 앉아서 둘이 이야기할 때 보면 동춘이가 제일 닮았다고 느껴지는 사람은 사실 삼촌이잖아요. 언덕까지 올라갔다가 그냥 떠나버릴 때도 그날은 영진이 되게 힘든 날이었을 거예요. 엄마도 만났고 자기 상황에 대한 어떤 객관적인 생각도 들었을 거고요. 사실 영진이 막 달리다가 멈춰 선 그 순간의 감정은 자괴감일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결국에는 가족, 돈, 자유 이런 것들을 다 가질 수는 없다는 것을 느끼지 않았을까 해서 그 장면을 만들었습니다.
박정윤: 동춘이랑 영진이라는 인물을 감독님께서 처음에 구상하실 때 그렸던 시각적인 이미지가 분명히 있을 것 같아요. 동춘이는 굉장히 동그랗고 또래들보다 조금 작은 아이잖아요. 영진은 겉보기에는 되게 자유분방한 모습을 가지고 있어요. 막 타투도 여러 개 있고 패턴이 되게 화려한 셔츠랑 바지를 입기도 하고 머리도 지저분하게 긴데, 이런 이미지들을 그 인물을 구상하면서 생각하셨던 이유가 있을까요?
김다민: 동춘이는 일단 겉으로 보기에는 조금 특이하기도 하고 또 왜소하니까 뭔가 도움을 줘야 할 것 같은 아이지만 내면은 되게 탄탄하고 신중한 아이잖아요. 동전도 던져보고 동전이 소리가 안 나는 것도 확인할 정도로 신중하고 생각이 많은 그런 아이가 결국엔 자기 힘으로 뭔가 해나가는 것을 그리고 싶었어요. 그리고 영진은 지금 모습이 현재의 어떤 상태라기보다는 지금껏 살아온 긴 흔적들일 것이라는 것을 좀 보여주고 싶었고 그것을 압축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이 뭘까? 했을 때 머리와 타투로 표현을 하고 싶었어요. 좀 과하게 나오긴 했습니다만.
Q: 이 영화가 어떻게 보면 청년 세대가 본 어린이의 세계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감독님께서 대본을 쓰실 때 실제로 그 나이 또래의 친구들한테 뭔가 이야기를 듣거나 아니면 학교에 가서 관찰을 해보신다든가 이런 노력이 있으셨는지 궁금합니다.
김다민: 사실은 제가 조카도 없고요. 주변에 아이들이 좀 없는 환경인데 대신 제 또래보다 조금 높으면 대부분 학부모시거든요. 그래서 학부모들 이야기를 좀 많이 들었고 또 어렸을 때의 저를 떠올리면서 많이 썼던 것 같아요. 지금의 아이들을 관찰했던 것들과 멀리서 지켜봤던 것들 그리고 제가 사교육을 하면서 크지는 않았지만, 그때의 내가 가졌던 여러 가지 의문들을 섞어서 만들었고요. 또 제가 연출부 생활을 하면서 아역 배우들 오디션을 많이 봤었는데요. 그때 왔던 아이들한테 ‘오늘 뭐 했어?’ ‘오늘 끝나고 어디 가?’ 이런 질문을 하면 다들 ‘학원 갔다 왔어요’, ‘이따 학원 가요’ 이런 대답들이 많더라고요. 그래서 아이들이 되게 바쁘구나 하고 생각했던 경험을 합쳐서 이 세계를 만들었습니다.
Q: 상상 속에서 동춘이가 질문을 할 때 답을 해주는 인형 친구들이 있잖아요. 왜 굳이 둘로 나눠서 쓴 것인지 그리고 인형 캐릭터로 하신 이유도 궁금하고요. 또 둘 중에 누가 털복이고 숭이인지 궁금합니다.
김다민: 보라색이 털복이고 노란색이 숭이입니다. 이 친구들을 생각하게 된 계기는 처음 질문이 많던 어린 동춘이보다 조금 더 성장한 동춘이 시점에서 시작할 때는 더 이상 질문하지 않고 이미 좀 체념해 버린 순간으로 시작하잖아요. 겉으로는 질문을 안 하기로 했지만, 머릿속에서는 끊임없이 질문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리고 동춘이 얼굴을 잡는 장면들이 많은데 동춘이 얼굴만 보면 쟤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잖아요. 겉으로는 티가 안 나지만 꽤 시끄러운 동춘이 머릿속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시나리오 때는 이 두 캐릭터가 훨씬 더 상징적이고 노골적인 캐릭터였어요. 사실 시작은 철수와 영희였거든요. 머릿속에서 철수, 영희와 이야기하는 거였는데 이게 정말 영화의 톤과 맞는가 하는 생각과 이 둘을 넣으면 뭔가 그로테스크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 좀 무서울 것 같기도 했어요. 당시에 오징어 게임이 나와서 저희가 영희를 쓸 수가 없기도 했고요.(웃음) 그런 여러 가지를 종합해서 조금은 조악하지만, 친구라고 느껴지는 존재들로 만들었어요. 이 친구들이 영어 말하기 대회에서 생겼잖아요. 동춘이의 적응을 도와주고 동춘이 생각이 딴 데 가 있을 때 나와서 문제를 풀어주기도 하고요. 이제 그런 역할이 없어도 동춘이가 오롯이 혼자 한다는 것을 느꼈을 때 이들이 떠나는 그런 엔딩을 주고 싶었습니다.
박정윤: 영화 속에서 상반된 것들을 동시에 다루고 있는 부분이 많더라고요. 어른과 아이라는 존재도 그렇고 현실과 비현실도 계속 공존하고 있는 상태잖아요. 영화를 보면서 혜진과 영진이 동춘이의 미래 모습이거나 이들이 어렸을 때도 동춘이처럼 살았겠구나 하는 생각을 계속하게 되는데, 어떻게 보면 이 두 어른과 아이가 계속 연결되어 있지 않나라는 느낌도 받았어요. 이런 부분은 의도하신 건지 그 이유는 뭔지 궁금했습니다.
김다민: 맞아요. 장면 중에 학원가에서 동춘이가 나올 때 고등학생들이 처음에 지나치고 그 다음 2~30대가 술 먹는 장면이 지나치고 마지막에 중장년 직장인들이 숙취에 시달리는 그런 장면이 있어요. 그 장면 자체는 동춘이가 굳이 살아보지 않아도 그려지는 미래들이라고 생각해서 그렇게 배치했었는데 결국엔 동춘이는 그런 선택을 하지 않을 거야 하면서 바뀌어 나가려는 것을 그리고 싶었어요. 나영이 같은 경우는 ‘나는 알고 가는 거고 너는 모르고 가는 거지’하고 스스로 안다고 생각하잖아요. 엄마도 그렇고 삼촌도 동춘이에게 이런저런 질문들을 던지지만, 결국엔 이 방향이 맞다고 정해 놓고 동춘이를 대하죠. 동춘이는 그것에 대해 계속 궁금한 거고요. 사실 어른들은 어느 순간부터 이게 정해졌다고 생각하면 질문을 멈춰버리잖아요. 약간 그런 차이점을 두고 싶었습니다.
박정윤: 양조장 문이 열리면서 아이들이 줄을 끝도 보이지 않게 서 있잖아요. 서로 손을 흔들어 주기도 하고요. 동춘이의 기억 속에 있는 선생님들과 엄마, 아빠가 동춘이를 향해 웃어주는데 동춘이만 웃고 있지 않더라고요. 그리고 양조장에 있는 동춘이의 모습을 딱 잡았을 때 동춘이가 살짝 미소를 띠려고 하는 순간에 장면이 바뀌어 버린다고 느꼈거든요. 끝까지 보여주려고 하지 않으신 이유가 있을까요?
김다민: 동춘이가 너무 환하게 웃는 것도 오히려 어려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동춘이 입장에서는 어른들이 자신을 응원하는 마음은 알겠는데 도대체 뭘 위해서라는 게 가장 궁금했을 것이고 마지막에 회상할 때 비로소 동춘이가 납득을 하게 된 거죠. 그래서 마지막에 활짝 웃는 것보다는 의문들이 풀리는 순간의 표정을 담고 싶었습니다.
박정윤: 그리고 동춘이가 영진을 처음 봤을 때 영진이 수상해 보일 수도 있었을 텐데 동춘이는 편하게 이야기하고 말을 많이 하더라고요. 동춘이가 영진이를 이렇게 대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김다민: 일단 엄마 아빠랑 달라서였다고 생각해요. 동춘이 입장에선 그동안 못 봤던 어른이고 그래서 오히려 모르는 사람이라 더 편하게 얘기할 수 있었지 않았을까 싶네요.
Q: 마지막에 영진이 언덕에서 달려서 내려갔잖아요. 그때 어디로 간 건지 궁금해요.
김다민: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언덕에서의 그 순간 영진은 자괴감을 느꼈을 거로 생각했어요. 한국에 왔던 이유도 사실 가족을 만나려고 왔을 거로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본연의 자리로 돌아가지 않았을까, 다시 떠나지 않았을까 해서 마지막에 장기 여행자 차림으로 이 생활을 완전히 정리하는 의미로 뒀습니다.
Q: 동춘이의 친구인 나영이라는 인물을 통해서는 어떤 이야기를 하고자 하셨나요?
김다민: 어떤 질문을 하지 않고 잘 적응하며 살고 있는 아이의 모습도 있으면 좋을 것 같았어요. 사실 교육에 대한 것을 이야기할 때 이런 교육이 무조건 잘못됐다고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이 방식이 맞는 아이도 있을 거고, 또 모든 아이에게 똑같은 방식으로 교육하기엔 아이들은 다양하잖아요. 그래서 대비를 좀 주고 싶었고요. 그리고 나영이라는 존재 때문에 동춘이는 항상 비교당하잖아요. 그게 어떻게 보면 우리가 평범하게 느낄 수 있는 압박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 것들을 좀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Q: 영화 전에 생각하고 기획했던 내용과 지금의 완성본이 얼마나 차이가 나나요?
김다민: 큰 줄기만 생각하면 그대로이긴 한데 털복숭이 존재도 그렇고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바뀐 것들도 꽤 많아요. 왜냐하면 이게 동춘이 이야기가 되어야 하니까 편집하는 과정에서 어른들은 좀 더 압축되고 속도감을 동춘이에게 더 주도록 했어요. 마지막 믹싱할 때까지도 이것저것 넣어보고 했었기 때문에 이게 처음과 완전히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큰 틀은 바뀌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박정윤: 그럼 감독님이 처음 준비하실 때부터 이 장면이 이 영화에 뭔가 핵심으로 적용될 것 같다 아니면 그렇게 적용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장면이나 대사가 있나요?
김다민: 사실 가장 힘을 주고 싶었던 건 양조장이라는 공간이었어요. 아이들이 줄 서 있는 장면에서 느껴지는 것들이 많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리고 페르시아어 학원, 학원가, 마지막 양조장 이것들은 조금 잘해보고 싶어서 공을 들였던 장면들입니다.
박정윤: 영화 속에서 감독님이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 있으신가요?
김다민: 하나를 고르자면 동춘이가 양조장 가기 직전에 열차에서 내려서 시골길을 지나가다가 들판에 눕는 장면이 있어요. 그 장면이 사실 영화 마지막 촬영이었거든요. 총천연색의 들판은 동춘이의 머릿속에 항상 있었잖아요. 그래서 끝이 나는 느낌이 드는 동시에, 실제로 동춘이가 모든 걸 벗어나서 밤에 들판에 누워서 벌레 소리와 밤하늘의 별들과 함께 정말 쉬는 장면을 하나 넣고 싶었어요.
Q: 엔딩에서 부모님이 동춘이를 잃어버린 것처럼 끝나서 조금 슬펐어요. 동춘이가 다시 돌아올 수는 있을까요?
김다민: 동춘이가 돌아온다기보다는 영화에서 ‘어른들도 언젠가는 알게 될 거야’라는 대사가 나오는데요. 이런 질문을 동춘 역할을 맡은 나은 배우한테 했을 때, 나은 배우가 ‘엄마 아빠도 언젠가는 자기만의 막걸리를 발견하지 않을까요?’라는 얘기를 해주더라고요. 이게 가장 좋은 답변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박정윤: 저는 영화 전개 내내 동춘이의 상상일지 아니면 실제일지 고민하게 되는 부분도 그렇고 현실하고 비현실이 조금 왔다 갔다 하는 그 경계가 흐릿해지는 느낌을 많이 받았던 것 같아요. 영화의 엔딩도 그런 부분 중의 하나라고 생각했는데요. 감독님께서 이 영화를 준비하시면서 이런 현실적이고 비현실적인 것을 어떻게 담아내고자 하셨나요?
김다민: 동춘이는 결국엔 안다는 것으로 끝이 나고, 어른들은 안다고 하지만 모른다로 끝났으면 하는 게 있었어요. 엄마랑 화장실 앞에서 대화할 때 누가 봐도 모르겠는 표정으로 동춘이가 서 있는 것처럼 엄마의 모르겠는 어떤 순간들, 그리고 동진이 본인과 같이 가는 줄 알았는데 두고 홀연 떠나갈 때 거기에서 또 이해할 수 없는 어떤 부분들, 그런 것들이 마지막에는 어느 정도 좀 알겠다 하는 순간이 왔으면 했어요. 그리고 이 영화 제목이 ‘막걸리가 알려줄거야’잖아요. 막걸리가 알려주지 않으면 다 모르는 거죠. 사실 막걸리만 정답을 알고 있고 어른들은 모르는 채로 끝났으면 했습니다.
박정윤: 그러면 이제 마지막으로 감독님 앞으로의 계획이랑 오오극장에서 함께하신 소감 들으면서 마무리해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김다민: 여기 극장이 너무 신기하더라고요. 극장 이름도 그렇고 고양이 이름도 오우삼이라 하시고 너무 재밌는 공간인 것 같아요. 그래서 영화를 좀 일찍 만들었으면 좀 더 빨리 왔을 텐데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아무튼 이렇게 주말을 할애해서 이야기를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에 또 다른 작품으로 올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박정윤: 멀리서 찾아주신 감독님과 끝까지 자리 지켜주신 관객분들께도 감사하다는 말씀드리면서 오늘 GV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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