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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작 프리뷰

<일과 날> 프리뷰 - 9명의 사람, 9개의 직업, 각자의 일과 날 그리고 삶에 대하여

 

9명의 사람, 9개의 직업, 각자의 일과 날 그리고 삶에 대하여.

 

 아홉명의 “나”가 등장하는 다큐멘터리 <일과 날>은 다양한 노동에 종사하고 있는 “나”들의 상을 비춘다. 저마다의 삶의 터전에서 서로 다른 직업을 갖고 각자의 하루를 살아가는 이들. 이름조차 등장하지 않는 이 인물들은 자신의 목소리로 각자의 이야기를 전한다. 등장인물들은 “나는”으로 시작하는 내레이션으로 직업을 소개하고 가치관과 취미, 꿈 등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마네킹 공장 장인, 재활용품 선별 노동자, 염전의 염부, 반찬가게 사장, 프리랜서 PD, 육아휴직중인 직장인, 양조장 노동자, 학원의 사무직, 그리고 전파사 기술자. 이들 모두가 각자의 노동을 보여주지만 그것들은 결코 같지 않다. 육아휴직중인 이에게는 집안일과 아이들을 돌보는 것이 노동이며, 어떤이는 자신의 생계활동을 이어가는 와중에도 독거노인을 위한 기부 활동을 하고, 어떤이는 쉬고싶어도 쉬는날 없이 일할 수 밖에 없는 환경에 놓여있다. 영화는 감정과 평가, 의견이 소거된 시선으로 이들을 비추며 ‘메시지 없는 형식미’를 보여준다 하지만 이 영화를 관람하는 이들은 그 이상의 무언가를 느낄 수도 있다.

 

 기계기술의 발전으로 노동이 소외되고, 상권 골목의 이웃과도 소원해지는 시대, 영화 속 인물들도 서로를 모르고 우리도 그들을 모를 법한, ‘무대 뒤편의’ 일들에 종사하는, 교차하지 않는 개인들의 이야기에서 우리는 어떤 감정을 느끼고, 어떤 삶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을까? 너와 나의 하루하루, 우리의 ‘일과 날’을 곱씹어보기 좋은 다큐멘터리 영화, <일과 날>에서 생을 발견해본다.

 

 

-오오극장 관객프로그래머 최진아